매일신문

사죄와 용서 49년만의 화해

49년여 만에 만난 피해자와 가해자의 자리는 용서와 화해의 장으로 서막을 장식했다.

한국전쟁 당시 충북 영동 노근리 쌍굴터널에 기총사격을 했던 에드워드 L. 데일리(68.미 테네시주 클라크스빌 거주)씨와 6명의 노근리 피해자들은 서로 얼싸 안고 서로를 위로해 줬다.

미 NBC-TV 주선으로 4일 오전 11시 35분 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호텔롯데 대덕 에메랄드홀에서 5시간동안 이뤄진 이들의 만남은 서로의 아픈 가슴을 다독거리며 위로의 장이 되었다.

지난 1일 미 NBC 측과 함께 방한한 데일리(당시 미 육군 제1기갑사단 7연대 2대대 중화기 중대 소속 상병)씨는 이 자리에서 "피해자들이 그동안 겪었던 마음고생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며 "여러분이 원하는 일이라면 어떤 일이라도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우리의 만남은 미군이 양민들을 학살한 '노근리 사건'이 있었다는 점을 온 세상에 밝힌 점이 중요하다"며 "세상이 노근리에 대해서 알 수 있도록 한 하느님의 섭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근리 사건' 피해자들은 "'노근리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만큼 이제 부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49년여 전 억울하게 죽은 수 많은 영혼들의 넋과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해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데일리씨와 피해자들은 서로의 용서와 화해의 제스처로 만남의 자리가 끝난 뒤 서로 부둥켜 안았으며 손을 잡고 과거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용서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49년여 만에 이뤄진 이날 만남에는 '노근리 미군 양민 학살 사건' 대책위 정은용(鄭殷溶.76) 위원장을 비롯해 정구호(鄭求鎬.60)씨 등 피해자 6명이 참석했다.

또 이날 만남의 자리는 박상증(朴相增.69.서울 갈현성결교회 목사)씨가 미 NCC(기독교교회협의회)의 요청으로 사회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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