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단-느티나무 아래서(류상덕)

수성동에 가을이 오면

외로운 느티나무는

못에 박혀 찢어진 가지

아픔을 참았다가

바람이 없는 날에야

목숨 떨구듯 잎 흩는다

생살이 시려와도 어디 울 수조차 있었던가

달래며 흐느끼며 살아오다 다가선 문

두발을 딛고 나서면 거기가 저승 아닐까.

손을 펴면 어젯날이

풀밭처럼 고왔었다.

너를 놓고 돌아서도

그리움은 향기였다

이제는 모두가 가고

흰 옷 한 벌만 챙길 뿐.

-'시사랑'11월호에서

▲1940년 대구 출생

▲매일신춘문예(69).서울신춘문예(71) 당선

▲시조집 '백모란 곁에서' ' 눈 덮인 달력 한 장' '바라보는 사람을 위하여'등▲현 대구오성중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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