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무엇인가. 너무 어처구니 없이 돌아가는 우리의 정치판을 보노라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런 근본적 질문에 저절로 빠져들게된다. 말로는 국리민복을 위한 것이 정치라지만 국민에게 복(福)은 고사하고 화(禍)라도 주지않으면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오죽했으면 화성군 씨랜드 참화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가 인천 호프집참화를 보고 이민을 떠날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정부의 총리까지 나서서 말렸지만 결국 이 나라에 희망이 없다는 판단을 굳히게 된 그 부모가 보통 사람이 아닌 나라의 유공자로 훈장까지 받은 국민이고 보면 정치의 재앙은 이미 호랑이보다 무서운 상황이라할 것이다.
23명의 유치원 어린이가 몰죽음을 한 씨랜드 화재사건과 그후 4개월만에 55명의 청소년들이 사망한 인천 호프집 화재는 우리 국민에게 눈물과 절망을 준 사건이다. 씨랜드 화재사건이 뼈아픈 교훈이 되지못하고 호프집화재와 같은 유사한 대형참사가 또 되풀이되는 것은 한 가정에 대(代)가 끊어지는 차원을 넘어 민족의 장래가 암담해질만큼 소름끼치는 재앙이다. 이들 참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한결같이 행정의 부재, 관료의 부패, 교육의 혼미, 정치의 실종이 합작한 사건이란 사실이다.
◈참화 반복되는 사회
이미 김영삼 정부시절 숱한 대형참사를 겪고도 정치가 사고의 근원을 바로잡지 못한 결과는 경제주권을 외국인에게 넘겨주는 등 총체적 위기를 맞는 사태를 경험했다. 물론 외환위기는 그같은 사고가 직접적 원인은 아니라하더라도 당시 정부의 기강해이와 당리당략적 정쟁으로 낮밤을 지새우는 여야 정치권 전체의 위기불감증이 원인이었다는 점에선 맥락이 같은 것이다. 한마디로 비리 부패 비능률 등이 제대로 개혁되지 않은 것이 근본원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지금 이 정부들어서도 이런 대형참사가 계속되는 것은 과거 정부때와 같은 우리사회의 독소와 병폐가 시정되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정 안된 독소.병폐
민족의 장래를 우려해야할 가공할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정치권은 언론문건을 둘러싼 문제만 붙들고 하염없이 죽기 아니면 살기식의 싸움만 하고있는 것은 또 심상찮은 일이 생길 조짐같은 예감이 든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서로 싸우다가도 옆에 사람이 불행을 당하면 우선 싸움을 중지하고 불행을 위로하는 게 예의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눈물을 외면하는 정치싸움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국민의 복리를 가져오는 정치를 펴지는 못할 망정 눈물을 닦아줄 줄조차 모르는 정치는 이미 국민을 떠난 정치다. 이러다간 또 어떤 위기가 닥칠지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엄습한다.정부와 여당은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고 자랑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눈은 그렇게만 보고있지 않다. 환란 당시 우리에게 염라대왕 같이 느껴지기도했던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무디스가 최근 우리나라 은행의 재무건전성이 평가받은 46개국중 꼴찌수준인 43위에 있다고 한 것은 불길하기 짝이 없다. 엄청난 공적 자금을 쏟아부었는데도 환란의 재발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은 이미 이같은 문제가 은행의 재무상태에 국한되는 것만이 아닌 것이다. 우리 사회의 총체적 병폐가 환란 직전처럼 되살아나고 있는 것같은 느낌을 준다.
◈총체적 잘못 되살아나
이제라도 정신을 차려야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정신을 차려야한다. 그중에서도 국정운영의 책임을 지고있는 여당이 먼저 각성해야한다. 50년만에 민주적 정권교체를 이루었다고 자부하는 국민의 당이 가장 비민주적 쟁점인 '언론장악음모'니, 도.감청이니, 불법계좌추적이니, 파업유도니하는 문제에 휩싸여 세상을 시끄럽게하는 까닭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한 문제로 끝없는 소모적 정쟁을 벌이면서 정치문제를 툭하면 사법부에 맡겨 해결하려드는 자세는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을 연상케한다. 우리 사회의 각 분야들이 제살을 도려내는 구조조정의 고통을 감내하고있는데도 15대국회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 정치개혁을 외면하고있는 여야 정치권은 국민의 눈에는 탕아처럼 보인다. 정치권은 국민의 눈물을 닦아 줄 줄 아는 마음자리부터 회복하라.
홍종흠(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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