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해안으로 가는 추억여행

동해안으로 떠나는 만추여행. 불타는 단풍과 억새향연 그리고 한적한 바닷가 갈매기가 함께 동해안을 배회하는 가을 나그네.

때마침 따뜻한 수온을따라 몰려든 오징어떼를 좇는 오징어 배들이 전국에서 집결해 칠흑의 동해 밤바다를 불야성으로 밝히는 야경도 일품이다.

동해안으로 떠나는 다양한 길 가운데서도 최근 시원스럽게 포장길로 뚫린 경주와 울산시의 경계지점 도로길은 잘 알려지지 않은 코스. 토함산의 곁가지로 520m 나지막한 동대산(東嶽)을 끼고 도는 이 코스는 울산 농소~동대산~경주 양남~감포 또는 울산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한적한 길이다. 〈도표참조〉.

경주서 울산가는 산업도로를 달리다 울산시 농소 호계 구(舊)도로 쪽으로 좌회전, 농소의 삼거리(신일슈퍼)서 꿈동산 유치원을 지나면 오르막 아스팔트 길이 나온다. 최근 포장한 꼬불꼬불한 도로를 20분쯤 달리면 팔공산 갓바위 모양의 기령(旗嶺) 입석이 눈에 띈다. 고개를 돌리면 울산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기령정상에는 포장마차 3, 4군데가 객을 반긴다.

기령정상이 바로 울산과 경주시의 경계지점. 정상부근 억새밭에는 사용하지 않는 축사도 있어 옛날 목장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정상능성에는 때지난 억새풀이 바람에 일렁인다. 동대산 꼭대기 아래 남아있는 관문성터 돌축을 보노라면 그 옛날 군사들의 함성이 들리는 듯하다. 아스라이 보이는 동해는 쌀쌀한 가을바람과 바닷바람이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이곳에는 지난7월 1천200억원을 투자해 개장한 코오롱개발(주)의 마우나오션골프장이 들어서 있으며, 양남면일대 210만평에 콘도·스키장등 종합리조트 공사가 한창이다.

해안길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은 굴곡이 심한 외길 포장길. 차 한대 겨우 지나가는 외길은 가파른 꼬부랑 길. 길양편 산속에는 띄엄띄엄 농가와 다랑논과 배추밭, 감나무밭이 뒤섞여 시골가을 분위기에 흠뻑 젖게 한다. 10여분쯤 곡예운전을 하며 내려가면 관성해수욕장과 감포·포항 그리고 울산으로 갈라지는 해안도로. 바닷바람에 실려오는 갯내음과 갈매기의 날개짓이 반갑다.

꼬불꼬불한 해안도로를 북쪽으로 30분쯤 달리면 감포항. 방파제서 낚시를 드리운 강태공 모습이 한가롭다. 야간 오징어잡이와 만선꿈을 안고 출항준비에 나서는 어부와 그물을 손질하는 아낙네, 어선주위를 맴도는 갈매기들의 울음 소리가 정겨운 어촌풍광을 그려낸다.

맛과 분위기가 괜찮은 식당들도 꽤 눈에 띈다. 바다밑 대형수족관 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는 고기를 구경하며 차와 식사를 할 수 있는 색다른 레스토랑 '늘시원'(0561-744-1177·장성규).

감포항 수협앞 모퉁에 자리잡은 조그만 송도식당(0561-744-3161)의 4천원짜리 정식에 딸려나오는 김치와 해물찌게, 해녀가 직접 잡은 해산물을 내놓는 거마정 해녀집(0561-775-9948)의 얼큰한 해물탕도 입맛을 다시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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