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옐친, 체첸사태 간섭 클린턴 강력비난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이 체첸공격을 비난하고 나선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일격을 가해 미-러 관계가 경색될 것으로 보인다.

이틀 일정으로 베이징(北京)을 방문중인 옐친 대통령은 9일 리펑(李鵬)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 위원장과의 만남에 앞서 그로즈니 공격은 값비싼 대가가 뒤따를 것이란 클린턴 대통령의 위협은 내정간섭과 다를 바 없다고 강력히 비난했다.

옐친 대통령은 "빌 클린턴 대통령이 러시아가 핵보유국이란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반(反)러시아적인 클린턴 대통령의 어떤 행동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혼자만의 힘으로는 전세계를 통치하고 삶의 방식을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클린턴 대통령에게 말해주고 싶다"면서 앞서 열린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도 다극화된 세계를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 주석도 미국의 패권장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뒤 러시아의 대(對)체첸 정책에 대해서도 지지를 표명했다고 베이징 주재 러시아 대사관이 밝혔다.대사관 대변인은 옐친 대통령이 대만(臺灣)에 대한 중국의 입장에 지지를 표명했으며 장 주석도 체첸문제는 러시아 내부문제로 제3국이 간여할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옐친 대통령과 장 주석의 이같은 발언은 미국의 일방독주 견제가 양국의 공동목표라는 점을 재확인하는 것이자 긴밀한 중-러관계 구축을 알리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베이징(北京) 근교 댜오위타이(釣魚島) 국빈관에서 열린 옐친 대통령과 장 주석간 구체적인 회담내용은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국의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개정 움직임 등 주요 국제현안과 러시아의 대(對)중국 무기수출 문제 등이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국은 이날 3개 국경조약에 서명, 지난 30년간 끌어온 양국간 국경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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