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방언은 살아 있는 문화제

지방에서 쓰는 고유한 말씨를 흔히 방언 혹은 사투리라 부른다. 지방에 살다가 서울로 옮겨가 살면 말씨를 바꾸는 사람이 많다. 특히 여성들이 말씨 바꿈에 능숙하다. 방언은 교양이 없거나 사회적 지위가 열등한 사람들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방언을 빨리 버리려 하는 사람이 있다.

지금의 제주도 말을 보라. 40대 이하의 제주도 사람들은 제주도 사투리를 거의 쓰지 않는다. 제주도 청소년들은 고향 말을 알아듣지도 못한다. 이런 사태는 제주도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얼마 안 가서 제주도는 특유의 언어적 전통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러나 미약하나마 제주도 일각에서 방언되살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방언은 살아 있는 문화재다. '문화재'하면 대부분 박물관에 있다. 박물관에는 과거의 역사와 문화가 박제화되어 유리상자 안에 들어 있다. 그러나 방언은 우리들의 호흡 속에서, 조상들의 기운이 서려 있는 우리의 어조와 말씨 속에서, 순간순간 생명을 얻어 되살아나고 있는 존재다. 향가에 나오는 신라인의 낱말들 '밤', '달', '노니다가' 등은 지금 우리의 입에서 그대로 쓰인다.

천년전의 기운이 우리의 호흡 속에서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방언을 살아 있는 문화재라 하는 것이다. 방언은 우리의 전통과 삶의 방식과 사고가 녹아 있기 때문에 친숙하게 느껴진다. 사투리를 쓰는 것은 생활의 한 부분이다. 나는 사투리 쓰는 것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리고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친다.

모임에 나가 다른 지역의 학자들과 사적 대화를 할 때도 그냥 경상도 사투리를 쓴다. 공식 석상에서 가능하면 표준말을 쓰도록 할 일이지만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방언을 적극적으로 써야 한다. 이게 향토문화를 사랑하는 길이요, 애국의 길이다.

다양성의 가치를 귀중히 생각하는 관점에서 보면 언어의 다양성, 방언의 다양성은 창조적 문화 생산을 위한 자산이다. 한국어의 발전과 보존이 세계문화 창달에 기여할 수 있듯이 경상도 방언의 발전과 보존은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꽃피우는 거름이 된다. 일상생활에서 우리 고유의 사투리를 쓰는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 행위인 것이다.

'나는 경상도 말이 좋아요'라는 제목으로 매일신문에 글을 연재하는 취지도 단순히 재미 있는 방언의 사례를 들어 뜻풀이를 하거나 어원을 설명하는 데 있지 않다. 사투리 사용에 대한 그릇된 생각을 없애고 우리의 고향 말을 아끼고 가꾸어 나가도록 함께 힘을 모으자는 뜻이 담겨 있다.

백두현(경북대 교수.국어국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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