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불평등 SOFA 당장 고쳐라

의정부 여중생 두 명을 궤도차량으로 숨지게 한 미군 병사에 대해 미 군사법정이 무죄 평결한 것은 크나큰 잘못이다. 그것은 사회의 안녕 질서를 법에 의존하는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결정이다.

평결은 여중생 두 명이 타인에 의해 사망한 것은 분명한데, 그 책임을 물을 사람을 찾을 수 없다고 한 꼴이다.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법적인 책임은 물론 윤리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다. 파월 미 국방장관, 라포트 한미연합사령관, 우드 신임 미 2사단장이 줄줄이 사과성명을 낸 것은 장난삼아 해본 일이라는 말인가.

미2사단 군사법원 배심원단은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궤도차량 관제병 페르난도 니노 병장을 무죄 평결함으로써 같은 차량 운전병 마크 워커 병장에 대한 재판도 무죄 평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재판은 우리에게 이런 추정을 가능케 한다.

미군은 공무 중 고의가 아니라면 사람을 밟아 죽이든, 때려죽이든 죄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 말이다. 한국 사람이 미군 회식에 잘못 끼어 들어 맞아죽어도 하소연할 데가 없어질 것이다. 대민 지원 나온 미군이 총기 사망사고를 일으켜도 고의가 없다면 역시 처벌할 방법이 없어진다.

합리의 대명사인 미국이 한국에서는 왜 이리 오만하고 제멋대로인가. 자국민·자국군에 대한 보호도 상식과 명분의 범위 안에서 이뤄져야 할 일이 다. 미국의 맹목적인 자국 우월주의는 향후 양국관계의 무거운 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객관성 잃은 이번 결정이 전통 한미관계의 틈새를 벌리는 쐐기가 될 수 있음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이번 평결은 한국민과 미군이 서로 뱃속에 칼을 감추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보며 다시 한번 불평등조약인 한미주둔군협정(SOFA)의 개정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 미국은 주둔국의 국민 정서를 짓밟는 우월주의를 버리고 한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협정을 만드는데 협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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