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용보증기금 제도 어떻게 달라졌나?

#사례1: 대구 성서공단에서 공작기계 부품을 생산하는 A기업. 최근 내수와 수출 물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생산시설부족으로 늘어나는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선별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새로운 기계시설 도입과 운전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15억 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김두식(가명) 대표는 이미 14억 원의 신용보증을 이용하고 있어 추가대출을 위한 신용보증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다른 뾰죽한 수도 없어 용기를 내 신용보증기금 창구를 찾았다.

상담과 기업실사 과정에서 김 사장의 우려는 한꺼번에 씻겨 나갔다. A기업은 이번 신용보증제도 개편에 따라 중점 보증대상인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판정돼 추가적인 보증지원을 물론 신용보증료도 이전의 1.1%에서 0.9%로 줄어드는 우대지원을 받게됐기 때문이다.

#사례2: 2000년부터 신용보증지원을 받아 20억 원의 대출을 사용하고 있는 B기업(대구시 달성군 소재 골판지 상자 제조)은 보증 이용에 대한 부담이 늘어 고민스럽다. 며칠 전 기업구매자금대출 10억 원의 상환기일이 다가와 신용보증기금에 연장요청을 했더니, 신용등급이 지난해보다 한단계 낮아졌을 뿐만 아니라 고액보증 이용기업으로 분류됐다면서 대출금 상환 및 보증비율을 낮춰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따라 B사는 보증비율이 지난해 85%에서 75%로 낮아졌고, 신용보증료도 종전의 1.1%보다 비싼 1.4%를 부담한 뒤 1년간 대출을 연장했다. 또 매년 보증금액을 줄이도록 요구받은 상황이라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는 자금을 올해 내 확보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사례3: 1980년 대구시 서구 비산동에 설립된 염색업체 C사는 더욱 다급한 상황에 처했다. 1992년부터 77억 원의 신용보증 지원을 받고 있는데, 변경된 신용보증제도에 따라 장기·고액 보증기업으로 분류된 것이다. 이 경우 기업당 보증한도인 50억 원을 초과하는 27억 원 이상을 상환해야 한다.

C사는 할 수 없이 며칠 전 상환기일이 다가온 26억 원 중 3억 원을 미리 갚고, 또 올해 내 추가로 보증한도를 넘어선 금액 일부를 상환한다는 조건으로 1년간 보증기한을 연장했다. 나머지 50억 원에 대한 신용보증에 대해서도 매년 일부 상환 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장기·고액 보증기업으로 분류된 C사는 또 종전 0.8%였던 보증요율이 1.1%로 오르는 불이익을 받았다.

올해 초부터 신용보증기금 창구 풍속도가 혁신형 중소기업 중점지원 방식으로 바뀌었다. 제도개편 내용의 핵심은 자체 신용으로 금융기관 대출이 가능한 우량 중소기업이나 고액보증기업, 장기이용기업에 대한 보증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여기서 마련된 여유재원을 혁신형 중소기업과 창업기업 발굴·지원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구조조정 되어야 할 한계기업이 신용보증기금에 의존해 겨우 생존하게 되는 과거의 신용보증 제도로는 정책의 효율성을 달성할 수 없다는 비판에서 비롯됐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만 하더라도 2005년 말 현재 2만2천7개 보증지원 기업 중 10억 원을 초과하는 보증지원을 받고 있는 기업은 494개로 2.2%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들 10억 초과 보증기업이 전체 보증액 3조392억 원의 34.8%인 1조566억 원을 점유하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높아 국민경제와 지역경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기업들에게 돌아가야 할 보증지원이 소수의 한계기업에 묶여 있는 셈이다.

게다가 1997년 11조3천억 원이던 보증잔액(전국기준)이 지난해 28조9천억 원으로 급증해 정부재정 부담을 가중시킨 것도 새로운 보증제도 도입의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최고 보증료율을 2.0%에서 3.0%(대기업 3.5%)로 인상하고 △5년초과 장기보증: 0.1% 가산 △15억 원 초과 고액보증 0.1%가산 △부분보증비율 미충족 기업: 부분보증비율 5% 초과마다 0.2%씩 가산 △베스트 파트너기업: 0.3% 차감 △혁신형중소기업: 0.2% 차감 등으로 개편, 고액·장기 이용기업과 부분보증비율을 준수하지 못하는 기업에게는 '벌칙성' 가산보증료를 부가하고 혁신형 중소기업은 우대하도록 했다.

권오현 신용보증기금 대구경북영업본부장은 "이제 신보는 무차별적 중소기업 지원으로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기관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구조조정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바뀌었다"면서 "신규 4천300억 원을 포함한 1조6천억 원의 신용보증을 올해 대구경북지역에 공급하고, 이중 1조1천억 원이 혁신형 기업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사진 : 신용보증기금의 운용 패러다임이 고액·장기 보증기업에 대한 보증을 축소하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형 중소기업을 중점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뀜에 따라 지역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이 더욱 촉진될 전망이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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