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외국인 생생 여행체험] 포항 죽도시장·호미곶

동유럽 불가리아 출신 C&우방랜드 공연팀 댄서 밀레나 이바노바(22). 주말엔 공연 때문에 쉬질 못하고 월요일인 7월31일 어렵게 시간을 내 매일신문사 주말취재팀과 경북 포항시를 찾았다.

느즈막히 오전 11시쯤 출발, 대구-포항 고속도로를 타고 1시간30분만에 포항시내 한 식당에 도착했다. 점심 메뉴는 고등어찌개와 회 모듬요리. 익히지 않은 수산물을 먹지 못하는 밀레나는 광어회, 해삼, 멍게 등 회 요리가 나오자 "징그러워요. 아무리 생각해도 못먹겠어요."라며 손사레를 친다. 주변에서 한번 먹어보라고 권유하자 광어회를 간장에 찍어 입에 넣더니 물컹한 느낌이 싫은지 슬쩍 옆으로 뱉어낸다.

다행스럽게도 찌개에 담긴 익힌 고등어가 입맛에 맞아 밥 한 공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고등어 찌개에 담긴 김치도 독특한 맛이 나 처음 맛보는 한국 별미였습니다."

점심식사가 끝나고 찾아간 곳은 푹푹 찌는 무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는 구룡포 해수욕장. 휴가철이라 많은 피서객들이 곳곳에 파라솔과 텐트를 치고 선탠을 즐기거나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밀레나는 동해안 푸른 바다를 보자 마음은 이미 시원한 바닷물 속에 풍덩 빠졌있었다. 하지만 깊은 곳으론 접근도 하지 못했다. 수영을 잘 하지 못해 주로 얕은 곳에서 물장구를 치며 놀았다.

이내 즐거운 시간이 찾아왔다. 바나나 보트 체험. 함께 온 우방랜드 직원과 취재팀과 함께 탄 바나나 보트는 앞에서 모터 보트가 이끄는대로 신나게 내달렸다. 용감하게 맨 앞자리에 앉은 그는 거친 물살을 가르고 속력을 높일 땐 연신 즐거운 탄성을 내지르며 한 손을 들어 흔들기도 했다.

보트에서 내린 그는 "대구에만 있다 동해안으로 나와 수상 레포츠를 즐기니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좋아했다.

아쉬워하는 밀레나와 함께 다음 목적지 호미곶 해상공원으로 이동했다. 밀레나는 바닷속에 우뚝 솟은 팔뚝과 하늘을 향해 뻗은 손을 보고 신기함을 감추지 못했다.

5개 손가락 위에 갈매기가 앉아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본 뒤에는 "바닷 속 조형물을 너무 잘 만들어 구경거리를 제공하고 바닷새와 잘 조화를 이뤘다."고 감탄했다.

포항 어촌 드라이브 길에선 데자뷰(Dejaview.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가 일어난 듯 했다. 다뉴브 강을 사이에 두고 루마니아와 접하고 있는 불가리아 비딘(Vidin)이라는 아름다운 도시에 살고 있는 밀레나는 "바다를 볼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었다."며 "포항의 조용한 어촌해안을 보니 지난해 터키 보스포러스 해협을 봤던 기억이 되살아난다."고 했다.

대구로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죽도시장. 밀레나는 죽도시장을 '엄청난 향기(?)를 발산하는 무서운 곳'이라고 표현했다. 생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 처음 맡아보는 생선비린내가 속을 불편하게 했나보다. 시장의 규모나 다양한 종류의 각종 수산물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지만 냄새 때문에 "빨리 빠져나가자."고 졸라댔다.

그는 "어릴 때부터 바다를 접하지 않고 살아와서 모든게 낯설고 신기하다."며 "이번 포항 여행을 계기로 회도 먹어보고 바닷가 구경을 더 많이 다니고 싶다."고 털어놨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정재호 편집위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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