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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라언덕] "마중물이 샘을 막아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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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방공항 연결 확대, 지방 직항 노선 유치와 연동 설계해야
내항기 증편 급급하다 TK신공항도 '닫힌 하늘' 피할 수 없어

대구공항 계류장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공항 계류장 일대 전경. 매일신문DB
홍준표 세종본부 차장
홍준표 세종본부 차장

옛날 펌프는 우물 물을 끌어올리기 전에 먼저 물 한 바가지를 붓는 과정이 필요했다. 바로 마중물이다. 이 마중물이 없으면 아무리 힘껏 펌프질을 해도 땅속 물은 올라오지 않는다. 그런데 마중물을 너무 많이 들이붓다 보면 정작 물이 솟아오를 자리를 막아버리는 역설(逆說)이 생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인천국제공항과 지방공항 연결 확대 정책이 이 같은 우를 범할까 우려된다.

정부는 외국인 관광객의 80%가 서울에 집중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인천공항과 지방공항을 직접 잇는 국내선을 새로 만들고 환승 전용 내항기(內航機)를 늘리려 한다. 외국인이 인천공항에 내려 지방으로 가려면 다시 김포공항으로 이동해 국내선을 갈아타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다. 외항사(外航社) 직항 노선을 늘리는 근본 해법이 수년이 걸리는 장기 과제인 만큼 그 공백을 메울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논리도 맞다.

하지만 선의가 꼭 선한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는 법. 지방공항에서 인천공항을 경유해 외국으로 가는 내항기가 늘수록 지방공항의 실질 수요는 인천으로 빠져나간다. 외항사 입장에서는 지방공항에 직항 노선을 띄워봐야 수요가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는 가정이 아니라 이미 확인된 '사실'이다. 2012년 환승 전용 내항기가 도입되고서 부산 유일 유럽 직항이었던 루프트한자의 뮌헨~부산 노선은 불과 2년 만에 사라졌다. 지난해 김해공항에서 인천행 내항기를 이용한 승객은 45만명이었다. 매일 1천214명의 국제선 수요가 매일 인천으로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최근 튀르키예·아랍에미리트(UAE) 운수권이 신설됐지만 외항사들은 이 수치를 보며 지방공항 취항을 주저하고 있다. 내항기가 지방공항 직항의 숨통을 죄고 있는 셈이다.

대구경북은 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봐야 한다. 2017년 조사에서 대구~인천 노선 이용객의 83.4%가 국제선 환승 목적이었다. 현재 대구공항은 시설 한계로 중·장거리 노선 운항이 어려워 내항기의 직접적 피해가 제한적이다. 그러나 수조 원을 들여 건설하려는 대구경북신공항은 다르다. 중·장거리 국제선 운항이 가능한 규모로 지어지는 이 공항의 성패는 개항 이후 장거리 직항 노선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달렸다. 그런데 지금처럼 내항기 수요가 고착화된 채 신공항을 열면 외항사들은 '수요가 없다'는 이유로 취항을 외면할 공산이 크다. 수십 년을 공들여 공항을 지어도 정작 세계로 향하는 '하늘길'이 열리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새 우물을 파놓고 스스로 뚜껑을 덮는 격이다.

물론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다. 인천~지방공항 연결 확대가 당장의 불편을 덜고 지방공항 수요를 수치로 쌓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지방공항 이용 데이터가 쌓이면 외항사의 취항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마중물은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인천~지방공항 연결 확대와 지방공항 직항 노선 유치를 처음부터 연동해 설계해야 한다. 직항이 생기면 내항기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지방공항 출발 장거리 노선에 대한 인센티브 강화도 필요하다.

마중물은 어디까지나 물을 끌어올리기 위한 수단이다. 마중물을 붓는 일에만 급급해 샘의 숨통을 틀어막는다면, 그 펌프에서는 영영 맑은 물은 나오지 않는다. 인천과 지방을 잇는 정책이 지방공항이 세계로 가는 길을 막아서는 안 된다. 정부가 지금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그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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