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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지도자의 '노블레스 오블리주'와 호국(護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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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천 스님(대한불교호국종 총무원장).
응천 스님(대한불교호국종 총무원장).

오늘날 대한민국은 안팎으로 거센 격랑에 직면해 있다. 북녘의 핵 위협은 일상이 되었고,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 속에서 국익은 위태로운 줄타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가장 원초적이고도 준엄한 덕목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국가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던지는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즉 사회적 신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다.

필자는 대한불교호국종의 총무원장으로서 평소 "나라가 있어야 부처도 있다"고 강조해 왔다. 부처님의 가르침이 아무리 수승하다 한들, 그 법을 전하고 닦을 국토가 무너진다면 모든 것은 허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대한민국 지도층을 바라보는 필자의 마음은 참담하기 그지없다. 국민에게는 안보와 희생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국방의 신성한 의무 앞에서는 온갖 구실로 몸을 사린 이들이 지천이다. 군대를 경험하지 못한 권력, 전장의 고독과 땀방울의 가치를 모르는 지도자가 어떻게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가 될 수 있겠는가.

◆전선의 가장 앞에는 지도자가 서 있다

우리는 중동의 강소국 이스라엘을 보며 뼈아픈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지도층은 전쟁이 터지면 해외에 있던 자녀들까지 전장으로 불러들인다. 총리가 전선에서 아들을 잃고, 장성들이 병사들보다 앞서 적진으로 돌격하는 모습은 그들에게 일상이다. 국민이 국가를 신뢰하고 기꺼이 목숨을 거는 이유는, 지도자가 자신들보다 더 큰 희생을 감내하고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대한민국 지도층의 '군 미필' 비율은 일반 국민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질병, 가계 곤란 등 그들이 내세우는 사유는 화려하지만, 정작 그 자녀들마저 같은 길을 걷는 모습을 볼 때 국민의 배신감은 극에 달한다. 군 복무를 기피한 지도자가 입으로만 외치는 안보는 결코 국민의 심장을 울릴 수 없다. 그것은 자비 없는 교설(敎說)이요, 실천 없는 신앙과 다를 바 없는 '허공에 불 지피기'일 뿐이다.

◆인왕(仁王)의 마음이 국토를 수호한다

호국종의 근본 경전인 '인왕경'에는 국난을 극복하는 '인왕(仁王)의 길'이 명시되어 있다. 부처님께서는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왕이 먼저 반야바라밀(般若波羅蜜)을 닦고 자비를 실천해야 나라가 평안해진다고 설하셨다. 여기서 말하는 반야의 지혜는 관념적 명상이 아니다. 지도자가 사리사욕을 버리고 오직 백성의 안녕을 위해 자신을 비워내는 '무아(無我)의 헌신'을 의미한다.

"왕이여, 그대가 만일 국토를 수호하고자 한다면, 마땅히 지혜의 눈을 뜨고 스스로를 먼저 다스려야 한다. 지도자의 마음이 청정하고 실천이 곧으면, 어떤 외적도 감히 침범하지 못할 것이니 이것이 곧 나라를 지키는 보이지 않는 힘이다."(인왕경)

이 가르침은 오늘날의 지도층에게도 준엄하게 적용된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단순한 도덕적 권유가 아니라, 나라를 지키는 근본 에너지를 만드는 수행이다. 지도자가 병역의 의무를 다하고, 자녀를 최전방으로 보내며, 국가적 고통에 솔선수범할 때, 비로소 그 국가는 무너지지 않는 '일심(一心) 정토'가 되는 것이다.

◆안보는 소리가 아니라 실천이며, 애국은 헌신이다

필자는 기도와 목탁 소리를 비판하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이렇게 답하곤 한다. "기도는 소리가 아니라 마음이며, 목탁은 울림이 아니라 정진이다." 안보 역시 마찬가지다. 안보는 화려한 수사나 정치적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지도자의 정직한 땀방울과 헌신에서 우러나오는 실천이다.

대한민국 지도층에게 묻는다. 당신들은 과연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전선으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자녀들에게 "나라를 위해 기꺼이 희생하라"고 당당히 말할 자격이 있는가?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당신들이 말하는 안보는 국민을 기만하는 방편에 불과하다.

호국은 멀리 있지 않다. 지도자가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국민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보시(布施)의 정신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할 때 이 땅은 진정한 극락정토가 될 것이다.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이 곧 부처의 마음이다

수행은 산속 사찰의 선방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전후방 각지에서 나라를 지키는 청년들의 헌신이 수행이며, 그들을 앞장서 이끄는 지도자의 솔선수범이 가장 수승(殊勝)한 자비행이다.

"신앙은 믿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라는 필자의 지론대로, 이제 대한민국 지도층은 말로만 하는 애국을 멈추고 행동으로 자신의 충성을 증명해야 한다. 안보가 무너진 땅에는 연꽃도 피지 못한다. 나라가 있어야 부처도 있고, 평화가 있어야 수행도 있다.

우리 모두가 '내가 곧 나라를 지키는 보살'이라는 일심(一心)으로 뭉칠 때, 대한민국은 그 어떤 풍랑에도 흔들리지 않는 찬란한 정토로 거듭날 것이다. 모든 불자와 국민은 지도층의 언어보다 그들의 뒷모습(희생)을 지켜보아야 한다. 실천이 없는 신앙이 허망하듯, 희생이 없는 지도력은 국가를 멸망으로 이끄는 지름길임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응천 스님(대한불교호국종 총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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