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감기약 오·남용 우려…부작용 주의하세요

여러 성분 포함돼 특정질환자엔 치명적

▲ 심한 일교차로 인해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 의사의 처방 없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종합감기약은 여러 성분들이 포함돼 있어 특정질환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심한 일교차로 인해 감기에 걸리는 사람들이 많다. 의사의 처방 없이 쉽게 구할 수 있는 종합감기약은 여러 성분들이 포함돼 있어 특정질환이 있는 사람은 주의해서 복용해야 한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난 주말 김미정(38) 씨는 이틀 전부터 콧물과 재채기가 나는데다 열이 조금 있는 것 같아서 대형소매점 안에 있는 약국을 찾았다. 동네 의원이 쉬는 날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증상을 설명하고 감기약을 달라고 했다. 약국에선 복합 감기약과 함께 생약성분의 약을 줬다. 2일분의 약값은 1만 2천 원.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는 가운데 일교차가 심해지면서 감기 환자들이 늘고 있다. 원래 감기를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약은 없다. 열, 기침, 콧물, 전신 통증 같은 증상을 덜어주는 약이 있을 뿐이다. 물론 감기로 인한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선 약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보통 병·의원에 가서 의사의 진료를 받은 뒤 감기약을 처방받지만, 약국에서 종합감기약을 찾는 사람들도 많다. 종합감기약은 의사 처방 없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무턱대고 복용해선 안 된다.

◆편리하지만, 불필요한 성분까지

광고에 많이 나오는 종합감기약은 콧물, 코 막힘, 기침, 가래, 두통 등 감기에 동반하는 거의 모든 증상을 덜어주는 성분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의학적인 지식이 부족한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여러 증상에 효과가 있는 종합감기약을 선호하게 된다. 먹다가 남으면 나중에 다시 쓸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국내 감기약 판매량은 900억 원대. 이 가운데 알약 형태가 40%, 물약이 36%, 한방제가 19%, 시럽제가 4% 정도 차지했다.

종합감기약은 감기에 걸렸을 때 간편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환자 스스로 진단을 해 약을 복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약의 오·남용이 우려된다. 자신에게 필요 없는 성분까지 복용하게 되고, 증상에 따라 성분이나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렇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스스로 감기라고 생각해 약을 복용하는 것 자체도 문제이다. 성인쯤 되면 감기에 대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자가진단이 어느 정도 맞아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심각한 질환을 감기로 잘못 판단할 위험이 있다. 중증 질환의 초기 증상 가운데 감기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권오종 대구 수성구내과의사회 회장(권오종내과 원장)은 "간염 초기 증상 가운데 갑자기 몸에 열이 나고 오슬오슬 추워지는 증상(오한)이 있는데 이를 감기로 자가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종합감기약이나 해열제인 일부 약을 복용하면 간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만성질환자, 복용 조심

고혈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종합감기약 복용에 신중해야 한다. 일부 성분이 치명적인 부작용을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콧물을 억제하는 항히스타민제와 에페드린이 든 종합감기약은 전립선비대증 환자들의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소변을 보지 못하는 급성 요폐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성분은 고혈압 환자에게 혈압을 높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스피린 같은 소염진통제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은 일부 천식 환자들에게 숨쉬기 힘들 정도로 기침이 나는 천식 발작을 부를 수 있다. 위염이나 위궤양 환자들도 이 성분을 복용하면 위장질환의 증세를 악화시킬 수 있다. 막힌 코를 뚫어주는 에페드린 같은 교감신경흥분제가 있는 감기약은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신경을 날카롭게 한다. 수유 중인 여성들은 가래와 기침을 억제하는 진해거담 성분인 코데인이 든 감기약을 절대 복용해선 안 된다. 아기가 간접적으로 모르핀을 과다 복용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교영기자 kim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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