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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일가족 3명 질식사…자살?사고사?타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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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의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도시가스에 중독돼 사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 도심의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도시가스에 중독돼 사망,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11일 오전 10시 40분쯤 대구 중구 남산4동 손모(48) 씨의 아파트에서 손 씨와 아내(49), 딸(10) 등 일가족 3명이 도시가스에 질식, 숨진 채 발견됐다. 사고 현장의 보일러 배기구에서는 일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배기구를 분리하기 위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공구가 놓여 있었지만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도시가스 무단 사용에 따른 사고사?

대구도시가스는 자체 현장 조사 뒤 손 씨 가족이 도시가스를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65만 원 상당의 요금이 체납돼 지난해 9월 21일 도시가스 공급을 차단했고, 11월 8일엔 무단으로 가스를 사용한 것이 드러나 계량기까지 철거했다는 것. 도시가스 측은 가스배관업을 하던 손 씨가 임의로 계량기를 달아 지난 1년간 가스를 사용하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도시가스 관계자는 "손 씨가 가스를 무단 사용해 안전 점검을 할 수 없었고, 계량기도 집 안에 있어 가스 사용 여부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가스 공급이 잘 되지 않아 연결을 확인하다 실수로 배기관이 분리돼 사고가 났을 가능성도 있지만 누군가 배기구를 강제로 분리한 흔적이 뚜렷해 단순 사고사로 보기엔 의문이 적잖다는 입장이다.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

경찰은 생활고를 비관한 자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손 씨는 지난 2001년 부산에서 대구로 올라온 뒤 가스배관업이 잘 되지 않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에 다니는 큰 아들(24)과 손 씨의 일을 돕는 둘째 아들(22), 늦둥이 막내딸(10)까지 키우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는 것. 질식 사고가 난 아파트도 경매에 넘어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장에서 숨진 손 씨 아내가 면장갑을 끼고 배기구 앞에 쓰러져 있었던 점도 자살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이에 경찰은 부검 결과가 나오는 대로 면장갑과 현장에서 발견된 목장갑을 정밀 감식할 계획이다. 또 경찰은 아내도 남편과 함께 일했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에 따라 아내도 배기구를 분리할 줄 알았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 관계자는 "자살을 입증할 증거가 없어 이 역시 가능성 중 하나"라고 말했다.

◆타살 가능성은?

타살 가능성도 없잖다. 경찰은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조사했지만 뚜렷한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13일부터 700만 원 상당의 배관공사를 할 예정이었던 손 씨가 왜 자살을 선택했느냐는 의문이 남아 있다. 사고 당시 손 씨는 바닥에 누워 TV를 보는 자세여서 자살을 선택한 모습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게 현장 조사자들의 얘기다. 이번 배관 공사를 알선해 준 손 씨의 손위 동서인 최모(62) 씨는 "공사를 수주한 뒤 손 씨의 표정이 밝았다."며 "자살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현장 검증 및 주변 탐색, 용의자 조사 등에 나서는 한편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해 타살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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