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숙명여대 총장의 인수위원장 임명을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인사 스타일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당초 이 당선자 선대위 핵심 관계자들은 대통령직인수위 구성과 관련, 인수위원장 발표는 대통령 당선 후 하루나 이틀의 휴가만 갖고 곧바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정권 인수인계를 통한 새 정부 틀 짜기가 그만치 시급하다는 것. 하지만 인수위원장 발표에만 무려 5일 이상이 걸렸다. 이 당선자의 '햄릿형' 인사스타일이 또다시 발휘된 것이다.
◆'나는 인사를 할 때는 햄릿'
이 총장 최종 발탁은 막판까지도 오리무중이었다. 일부 측근인사들이 이 총장의 국보위 전력을 이유로 반대 의사를 강하게 밝혔기 때문. 한 핵심 측근은 "막판 변수로 최종 낙점까지 어려움이 있었다."며 "사실 시시각각으로 당선자 의중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만치 이 당선자는 주요 인사를 앞두고는 숙고를 거듭하는 스타일이다. 이 당선자는 당 경선 승리 후에도 후보 비서실장과 사무총장 등 핵심요직을 임명하는 데 3주 이상의 시간을 끌었다.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과 교통체제 개편 등을 밀어붙여 '불도저'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인사만큼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것이다.
◆인사 최우선 덕목은 '실용'과 '능력'
이 당선자는 인물을 정해놓고 자리를 맡기는 스타일이 아니다. "적합한 인사가 없으면 차라리 공석이 낫다."는 입장. 기준에 맞는 인사를 마음에 둔 채 주변의 추천과 평을 끊임없이 듣는다. 하지만 자리에 적합한 인사가 있으면 강하게 밀어붙인다. 이 인수위원장의 국보위 전력에 대해서도 "이미 20여 년 전의 일이고 총장 네 번을 거치며 검증됐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이런 이 당선자의 드라이브에 '이명박 캠프' 좌장이었던 이재오 의원의 반대도 무력했다.
이 인수위원장 발탁 배경은 'CEO형 총장'의 능력과 참신성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당선자가 이 인수위원장에게 선대위 출범과 동시에 중앙선대위원장 자리를 제안한 것도 이 때문. 4번의 총장을 지내면서 숙명여대의 성장을 이끈 업무능력과 여성이라는 점이 '탈(脫)여의도 정치'를 지향하는 이 당선자의 인선기준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인수위에 '실용그룹' 대거 포진할 듯
이 당선자의 서울시장 재직시절 4명의 부시장 중 3명이 대구·경북 인사인 때가 있었다. 정치와 지역안배 등 정치적 고려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 이번 인수위 구성에서도 막판에 정치인이 포함됐지만 모두 '실용'과 '능력'에 근거한 인사로 볼 수 있다. 김형오 부위원장은 당 선대위 일류국가비전위원회 위원장을 지내 이 당선자의 정책과 공약에 정통하다. 또 7개 분과위의 간사도 대부분 전문성을 갖춘 40, 50대 인사들이 전진배치됐다. 젊고 유능한 사람들에게 새 정부의 청사진을 맡기고, 그 밑그림을 토대로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대운하와 정부개혁 등 주요 역점과제를 역동성 있게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국가경쟁력강화특위 산하의 투자유치태스크포스(TF) 책임자에 윌리엄 라이백 금감원 특별고문을 앉히려는 것도 이 당선자의 실용주의적 사고가 반영됐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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