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투자배당금' 다단계 조직 기승 부린다

달서경찰서 업자 9명 검거

"처음에는 손해 볼 것 없는 돈놀이였지요. 은행 금리도 낮고··· 그러나 여윳돈을 모조리 거기에 쏟은 게 화근이었죠. 빚을 내지 않은 것만 해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B씨(49)는 쏟아지는 항의 전화 때문에 보름이 넘도록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다. "내 돈 어떻게 할거야."라는 주변 사람들의 성화에 전화번호도 결국 바꿨다고 했다. 자신 역시 피해자였지만 그의 가입권유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B씨는 자신의 본업조차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날려버린 자신의 돈 5천여만 원뿐 아니라 '수익이 괜찮다'며 여윳돈을 모두 그곳에 쏟아붓게 한 지인들의 돈까지 합하면 10억 원이나 되기 때문이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지난달 6일 다단계 조직을 이용해 무등록 유사수신업체를 운영한 혐의로 C씨(43) 등 간부급 9명을 붙잡았다. 이들은 대구 남구 대명동에 무등록 유사수신업체를 차려놓고 숙취제거음료 제조와 차선제거 공사업체에 투자하면 6개월에 150%나 되는 배당금과 각종 수당을 보장한다며 투자자들을 모았다. 그러나 이들이 경찰에 꼬리를 밟히기까지는 무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버렸다. 투자자들을 더 모아오면 고수익을 보장하는데다 정기적으로 각종 수당 등이 기존 투자자들의 통장에 입금됐기 때문에 의심도 하지 않았다.

물품 판매 등의 다단계에서 나아가 투자배당금까지 준다며 투자자를 모은 뒤 돈을 갖고 잠적하는 불법 유사수신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명예, 정년 퇴임 등으로 목돈을 쥔 이들은 물론 가정주부들의 뭉칫돈을 끌어들이는 수법의 신종 다단계 조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 특히 이들은 주로 저금리와 불경기로 투자할 만한 곳을 찾지 못하고, 장사에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들을 노렸다.

사업내용도 다양하다. 펀드는 물론 체육시설 투자, 시내버스 광고 사업, 의료기 대여 등을 아이템으로 내세운 것은 물론 심지어 코스닥에 상장될 주식이라고 속여 투자자를 모으는 경우도 있다. 먼저 돈을 낸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고소득이 보장되는 것을 보여주면서 더 많은 투자자를 데려오면 더 높은 이율을 보장해주며 안심시키는 수법을 써 피해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초창기에 참여해 재미를 본 이들의 경우 하위 투자자를 더 많이 거느리고 있어 쉽게 발을 빼기도 힘들어 피해가 점점 더 커진다는 것.

경찰도 투자배당금을 미끼로 내건 이러한 수법의 업체가 적잖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피해사실 신고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은 이 같은 사실을 알고 투자자들에게 참고인 조사를 받을 것을 권고해도 이들은 오히려 "잘 되고 있는 사업에 왜 훼방을 놓느냐."며 면박을 준다는 것.

이에 경찰은 고수익을 확정적으로 보장하는 업체, 투자 형태인데 다단계의 방식을 취하는 업체, 등록하지 않고 다단계업을 하는 업체는 특히 조심해야한다고 충고한다. 예종민 달서경찰서 지능1팀장은 "결국 이들은 남의 돈으로 돈장사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업자들의 경우 길어야 1년 정도면 자금을 숨기고 달아날 시기만 노리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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