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속의 인물] 로자 룩셈부르크 피살

"우리와 생각이 다른 사람도 누릴 수 있어야 자유다."

말로는 쉽지만 현실에선 이루기 불가능한 '화두'(話頭)다. 민주주의의 완성적 의미이기 때문이다. 철두철미한 공산주의자가 이를 실천하려 했다면….

1919년 오늘 독일의 혁명가이자 이론가인 로자 룩셈부르크가 피살됐다. 1871년 유태계 폴란드 상인의 딸로 태어나 자신의 신념에 따라 폭풍 같은 삶을 살았지만 최후는 비참했다. 우익 의용군에 체포돼 살해된 지 4개월여 만에 베를린의 운하에서 부패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그의 뛰어남은 외국인, 유태인, 여성, 신체장애의 악조건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사회주의 이론을 정립해 실천했기 때문이 아니다. 인간의 자유와 이성을 존중한 휴머니스트였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남으려 노력하라.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본질이다." 한때 절친했던 레닌과 볼셰비키를 향해서는 "일당의 당원만을 위한 자유는, 그 당원 수가 아무리 많아도 결코 자유가 아니다"고 일갈했다.

머리로는 혁명을 꿈꿨지만 가슴엔 따뜻한 인간애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이념은 시대적 산물일 뿐이다. "나는 이상주의자며 이상주의자로 남고 싶다." 그래서 그녀가 좋다.

박병선 사회1부장 l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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