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당신의 욕망은 끝이 어디인가요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대구공연

미국 최고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연극
미국 최고의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29일 수성아트피아에서 선보인다.

"사람들이 제게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를 타고 가서, '묘지'(Cemeteries)란 전차로 갈아탄 다음 여섯 블록을 가서 내리면 '엘리지안 필드'(Elysian field·낙원)가 나온다고 말했어요."

몰락한 한 여인의 애증을 통해 인간의 욕망과 이중성을 그린 연극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29일 오후 3, 7시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는 미국 최고의 현대 극작가로 손꼽히는 테네시 윌리엄스의 대표작으로, 이번 대구 공연에서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 중인 배우 배종옥이 주역 '블랑쉬'를 연기한다.

'욕망…'은 사랑했던 남편의 자살로 인한 충격과 몰락한 남부 귀족 가문의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환상 속에 살아가는 여인 블랑쉬의 등장으로 막을 올린다. '사람들이 제게'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타라고 했어요'(실제 1920~40년대 뉴올리언스에는 욕망(desire)이라는 이름의 전차가 운행되다가 버스로 대체되었다고 한다)로 시작하는 블랑쉬의 첫 대사는 의미심장하다. 그녀가 도착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결코 낙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블랑쉬는 뉴올리언스의 '낙원'이라는 지역에 사는 여동생 스텔라와 그녀의 남편 스탠리를 만난다. 그러나 여동생의 남편 스탠리는 폴란드 출신 노동자로 불 같은 성격에 음주와 도박, 아내에게 신체적 폭력까지 서슴지 않는 사내다. 스탠리는 블랑쉬의 까다로움과 자신을 경멸하는 듯한 태도가 못 마땅해 사사건건 충돌한다. 동생 스텔라는 남부의 부유한 소녀로 성장했지만 가정의 몰락으로 뉴올리언스에 정착, 남편의 가부장적 횡포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순응하며 적응해가는 현실적 인물. 스탠리 역은 지난해 뮤지컬'형제는 용감했다'등으로 잘 알려진 배우 이석준이, 스텔라 역은 연극 '오레스테스'의 엘렉트라로 열연한 이지하가 맡았다.

극은 잃어버린 블랑쉬 집안의 농장 소유권 문제를 두고 등장인물들 간의 대립이 고조되면서 극단을 향해 치닫는다.

연출가 문삼화가 연출한 '욕망…'은 원작을 새롭게 해석한 면이 돋보인다. 그동안 정신적 질환을 가진 여인 정도로만 표현됐던 블랑쉬는 현실과 환상의 경계에서 괴로워하는 인물로, 단순히 착하고 조용하게 비춰졌던 스텔라는 언니 블랑쉬에 대한 열등감에서 벗어나지 못해 자신의 가정을 지킨다는 구실로 또 다른 욕망을 분출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특히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와 상징성이 뚜렷해 음미해 볼 장면이나 대사가 많다. 현대 희곡의 수작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닌 것 같다.

053)666-3300.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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