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추석 연휴때 '논술 上京'…대치동 특강, 전쟁이 따로 없죠

고3 단기집중강좌 수강, 해마다 가을특수 북새통

"대치동이 1년에 두 번,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들로 점령됩니다. 대입 수시 1차 논술이 시작되는 9월과 정시 논술 대비를 위해 연말에 올라오는 학생들이죠. 전쟁이 따로 없어요."

이달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그곳에서 만난 한 학원 관계자는 대치동의 가을 특수는 논술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논술에 취약한 지방 고3 학생들이 단기 집중 강좌를 듣기 위해 주로 찾는다"며 "이맘때면 신사동, 삼성동, 논현동 등 인근의 고시원과 원룸, 심지어 호텔까지 방이 동날 지경"이라고 전했다.

◆논술따라 강남 가는 지방 학생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강남 대치동을 찾았다. 은마아파트 네거리를 중심으로 형성된 블록에 자리 잡은 학원들은 줄잡아 600여 개. 건물 2층 위로는 거의 빠짐없이 ○○학원, ○○컨설팅, ○○연구소 등의 간판이 걸려 있었다. 간판이 없는 교습소도 상당수. 이곳의 600여 개 중 논술 학원은 10%가량이지만, 단과 학원에서도 논술 강사를 고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는 주요 대학들의 논술 반영률이 높아지면서 예년보다 더 많은 학생들이 상경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치동에서는 요즘 '추석 논술 특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수시 1차를 대비한 '연세대반'과 '이화여대반'으로 크게 나뉘지만, 수시 2차 논술 강좌도 인기다. 예년에는 2박 3일, 3박 4일 정도의 단기 특강이 유행이었지만, 올해는 추석 연휴가 7, 8일까지 길어지면서 특강 기간도 늘어난 게 특징.

대치동 단기 논술 특강은 대학별 기출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수업이 대부분. 원하는 답안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답안지를 작성하게 하는 '무한 첨삭'은 대치동식(式) 논술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학원 관계자는 "이런 식으로 하루 10시간 가깝게 4, 5일을 하고 나면 평소 논술 학원에서 두세 달 공부한 양이 된다. 수강생 10명 내외의 밀착 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효과가 크다"고 소개했다. 단기 특강 수업료는 100만원을 훌쩍 넘기도 한다. 대치동의 한 논술 강사는 "서울의 일부 초등학생들은 국·영·수 학원을 다녀와서 오후 10시까지 논술 학원에서 공부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수시는 내신'이란 공식이 깨진 지 오래다. 대입 정시 논술이 축소되고, 수시에서 학생부 성적보다 논술 비중이 더 높아지면서 논술에 승패를 거는 분위기"라고 열기를 전했다.

◆입시·이력 컨설팅도 붐

대치동 학원가에서 갈수록 인기를 끄는 또 하나의 업태는 입시 컨설팅. 그 중에서도 전형이 복잡한 수시 입시 응시생들이 주고객이다.

대치동의 한 입시컨설팅 업체에는 최근 한 달 새 40여 명이 다녀갔다. 주변 시세보다 20% 싼 컨설팅료를 받는다는 이 업체 측은 "해당 학생의 성적을 바탕으로 한 합격권 분석에 같은 대학을 지원하는 경쟁 학생들의 지원 동향도 함께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컨설팅은 입시에 국한되지 않는다. 부모 대신 아이의 손을 잡고 미술관이나 음악회에 데리고 다니며 이력을 관리해주는 '부모 대행 컨설팅'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이런 대치동식 입시 사교육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장 한준희(경명여고) 교사는 "지금 논술은 단기간의 족집게식 과외로 해결되지 않는다. 논술의 대안은 대치동이 아니라 학교"라며 "이력 관리도 학생 스스로 진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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