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출신 임우근 아시아 신기록, 금빛 물살 갈랐다

수영 SBS 평영 100m 광저우 장애인AG

대구 출신의 임우근(23·나사렛대 1년)이 17일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 수영 SB5 남자 평형 100m에서 1분38초76의 아시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물을 아주 싫어하던 임우근은 2006년 수영을 시작한 지 20일 만에 전국대회에서 금메달 2개를 따내 장애인 수영계의 괴물로 등장했다.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국가대표가 된 임우근은 2008년 베이징 장애인올림픽에서 평형 한국기록을 갈아치우며 4위에 입상, 주위 사람들을 다시 놀라게 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자신의 한국기록을 0.22초 단축했다.

선천적 장애로 하반신을 맘대로 쓸 수 없는 임우근은 대구 학남고 2년 때 서울의 한 병원에서 대수술을 받았다. 재활훈련을 꾸준히 받아야했지만 집이 대구에 있어 서울 병원까지 갈수가 없었다. 대안으로 찾은 게 수영이었다. 물속에 몸을 담그고 레인을 잡고 걷는 연습을 해보라고 병원에서 권했다. 그날로 임우근은 어머니 김은숙 씨와 달구벌스포츠센터를 찾았다.

김 씨는 "고교 졸업 때까지 한 번도 체육활동을 해본 적 없고, 반바지도 한 번 입어본적 없었기 때문에 처음 물을 봤을 때는 상당히 두려워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하지만 둘째 날부터 물과 친해졌고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물살을 갈랐다.

20여 일 뒤 열린 전국장애인수영대회에 우연하게 출전하게 된 임우근은 자유형 50m에서 월등한 실력 차로 1위로 골인하는 기염을 토했다. 내친김에 100m까지 도전장을 냈지만 '턴'도 배우지 못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1위로 물살을 가르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이후 임우근은 자신감에 찼고, 대회 때마다 좋은 성적을 내며 장애인 수영계의 샛별로 떠올랐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도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여름에 선수촌을 나와 집이 있는 대구로 내려왔으나 한창 성수기여서 일반 수영장에서는 운동을 할 수 없었다. 김 씨는 "방학을 끝내고 70일 정도 훈련한 게 전부였고 그나마도 자유형과 접영을 반복했다"며 "평형은 대회출전을 앞두고 일주일 훈련한 게 전부다"고 했다.

앞서 임우근은 13일 열린 이번 대회 S6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은메달을 차지했다.

김 씨는 "우근이가 삼각수영복을 입고 세계를 누비는 모습이 너무나 감격스럽다"며 "2012년 런던 장애인올림픽에서 우근이가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힘껏 돕겠다"고 했다.

한편 한국은 17일 광저우 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22개와 은메달 33개, 동메달 25개로 이란을 밀어내고 중국과 일본에 이어 종합 3위로 올라섰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