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커가면서 문화나들이가 잦아졌다. 틈틈이 시간을 내서 6살 된 아들과 함께 공연장과 영화관, 전시장을 찾곤 한다. 가족 뮤지컬 '파워레인저', '피터팬', 영화 '메가 마인드','새미의 어드벤쳐', 전시로는 '트릭아트', '네셔널 지오그라픽 사진전' 등을 함께 관람했다. 필자가 아들과 문화나들이를 자주 하는 이유는 다양한 문화체험을 통해 문화적 감수성을 키워주기 위해서이다. 어렸을 때 숫자 공부나 영어 단어 한두 개를 아는 것보다 더 필요한 것이 문화체험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해 유난히 많은 가족 뮤지컬이 대구에서 공연되었다. '구름빵', '누가 내 머리에 똥쌌어', '뽀로로와 비밀의 방' 등이 공연되었고 성인 뮤지컬 못지않은 관객을 동원했다. 이제 가족 뮤지컬은 시시하고 재미없다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성인 뮤지컬 시장이 성장하면서 불과 몇 년 사이 가족 뮤지컬의 수준도 많이 향상되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플라잉 시스템 같은 무대장치가 동원되고 무대 세트에도 성인 뮤지컬 못지않은 제작비를 투자하고 있다. 가족 뮤지컬들이 많이 공연되고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공연장을 찾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가족 뮤지컬은 주입식 교육이 아닌 놀이와 문화생활이 함께하는 개방적 어린이 교육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즐거움은 물론 감동과 교훈을 준다. 거기에 꿈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역할과 함께 아이들의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어린이들은 미래의 뮤지컬 관객이다. 가족 뮤지컬 활성화는 한국 뮤지컬의 미래와 연결되어 있다. 1980, 90년대 모 백화점의 예술극장을 중심으로 대구 레오극단에서 제작된 가족뮤지컬이 활발히 공연된 적이 있었다. 그 당시로는 공연의 퀄리티도 높았고 백화점이라는 공간의 특성상 탁아기능(아이가 공연을 관람하는 시간동안 부모들은 쇼핑)을 하는 공간으로 부모들에게도 인기가 높았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그 당시 어린이 관객들이 상당수 현재 대구의 뮤지컬 관객으로 성장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지금 대구가 '뮤지컬 도시'의 꿈을 꿀 수 있는 근원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뮤지컬은 배우 인프라 확장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 않은 대구에서는 배우로서의 기본기를 익히고 무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족뮤지컬을 통한 배우 인프라 확장은 성인 뮤지컬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현재 대구에서 활동 중인 배우들 가운데 가족 뮤지컬 출신이 적지 않다.
가족뮤지컬 관객이 어떻게 성인 뮤지컬의 관객으로 연결되는가 하는 것은 일본의 시키(四季)극단의 예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연간 매출이 한국 전체 뮤지컬 시장보다도 큰 공룡기업 시키극단도 산업화의 시작은 가족뮤지컬이었다. 정부와 일본생명의 전폭적인 후원으로 시작한 '어린이 명작극장'이라는 무료공연이 시발점이었다. '어린이 명작극장'을 관람한 어린 관극회원들이 성인이 되어서 마치 연어떼가 고향으로 회귀하는 것처럼 그들의 자식들과 함께 뮤지컬 공연장으로 돌아오게 되면서 현재의 일본 뮤지컬 시장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수십만 명에 이르는 관극회원들은 시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시키는 지금도 성인 뮤지컬과 병행하여 지속적으로 가족 뮤지컬 공연을 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 시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이야기가 뮤지컬계에서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공연의 양적인 증가속도에 비해 관객개발의 속도가 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니 따라가지 못한다기보다는 거의 방임 수준이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이다. 다른 공연들과 마찬가지로 뮤지컬도 경험재 성격이 강한 공연 장르이다. 뮤지컬은 관람 경험이 있는 관객에 의해 성장하고 발전해 가는 산업으로 한 번 본 관객들이 다시 공연장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가족 뮤지컬을 통한 미래 관객개발이 한국의 뮤지컬 시장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원준 ㈜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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