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8년 오늘, 독일의 뉘른베르크 거리에서 16세가량의 소년이 발견됐다. 그는 '카스파 하우저'라는 자신의 이름과 '몰라' 정도의 말밖에 하지 못했고 6살 정도의 정신연령을 지닌 것으로 평가됐다. 보호시설에서 지내면서 말을 배운 그는 자신이 어린 시절부터 작은 방에서 갇혀 지냈으며 옷을 갈아입힐 때는 자신을 돌봐주던 사람의 얼굴을 보지 못하도록 음식에 약을 타서 의식을 잃게 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야기는 유럽에 퍼져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가 얼굴이 닮은 한 독일 귀족의 사생아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그는 1833년 12월 자신의 부모가 누구인지 알려준다는 누군가의 편지를 받고 외출했다가 괴한의 흉기에 찔려 사망했다. 귀족의 후계자가 될 수 있는 그를 제거하기 위한 범행으로 추정됐다.
그의 이야기는 1880년대 허만 멜빌의 미완성 소설 '빌리 버드'와 1985년 폴 오스터의 소설 '유리 도시'에 언급되는가 하면 1974년에는 베르너 헤어조그 감독이 영화화하는 등 당대에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회에 문화적 영감을 제공했다. 2002년에는 혈통을 알기 위해 DNA 분석이 시도됐으나 실패했다.
김지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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