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먹을거리 골목탐방] 인동촌 아나고 골목

노릇노릇 익어가는 냄새에 반할 겁니다

붕장어 꼬리가 힘차게 꿈틀댄다. 싱싱함이 살아 있다. 숯불에 막 구워낸 붕장어 냄새가 오감을 자극한다. 붕장어의 연한 속살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든다. 붕장어 한 점에 한잔 술이라도 걸치면 지상낙원이 따로 없다. '인동촌 아나고 골목 식당가'를 찾았다.

◆서울숯불아나고

'인동촌 아나고 골목'의 원조집이다. 주인 김영자(58) 씨는 20년째 아나고와 함께하고 있다. 식당에 들어서자 아나고 익는 냄새에 취한 손님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김 씨는 수조에서 갓 잡아 낸 펄펄 뛰는 아나고를 즉석에서 잡아 숯불 위 석쇠에 올린다. 석쇠 위 아나고는 연한 속살을 드러내며 익어간다. 아나고를 구울 때 등껍데기가 있는 쪽을 먼저 굽고 뱃살 쪽을 나중에 구우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잘 타기 때문에 자주 뒤집어 주는 게 좋다.

주인 김 씨는 먼저 아나고 소금구이를 권한다. 노릇하게 구운 아나고 한 점을 입안에 넣으니 사르르 눈 녹듯 사라진다. 오묘한 맛이 입 안 가득 퍼진다. 잘 구운 아나고는 참기름장이나 양념장에 취향대로 찍어 먹으면 된다. 소금 넣은 참기름장은 담백하고, 양념장은 맵싸하게 입맛을 돋운다.

거기에다 김 씨가 직접 담근 양푼이 물김치가 깔끔하고 시원하다. 군더더기 없는 맛이 마치 절집에서 보는 김치 맛이다. 매운 양념 맛을 물김치가 시원하게 중화시켜 주는 것이 일품이다.

아나고 양념구이는 고춧가루에 감초, 계피 등 한약재를 넣은 뒤 밴댕이와 다시마를 넣어 푹 끓여낸 맛국물을 사용한다. 청양고추의 매운맛과 한약재, 맛국물이 어우러져 전통의 우리 맛을 연출한다. 아나고 양념구이의 또 다른 매력은 중독성 띠는 매운맛이다. 아무리 매워도 다시 입맛을 당기게 한다. 아나고는 뱃살뿐만 아니라 꼬리, 뼈, 대가리 등 전체를 먹을 수 있다. 꼬리와 뼈, 대가리는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쏠쏠하다. 아나고의 향연 뒤 나오는 된장찌개 맛도 좋다. 주인 김 씨가 집에서 전통 방식으로 담근 옛날 된장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15년 단골인 이명하(50) 씨는 "변함없는 아나고 맛에 반하고 주인의 넉넉한 인심에 또 한번 반해 친구들과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아나고살 9천원, 산아나고 1만1천원. 정오(낮 12시)~새벽 5시까지 영업. 053)555-8883.

◆장인아나고

"처음에는 꿈틀대는 아나고가 무서워 제대로 잡지도 못했지예."

장영애(52) 주인은 30대 초반 이곳으로 시집와 갓 아나고 식당 문을 열었을 때가 엊그제 같다며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이 식당은 아나고 구이는 물론이고 산 곰장어 소금구이도 별미다. 특히 비 오는 궂은 날씨엔 손님들로 북적인다. 아나고가 술 도둑인 셈이다. 안주가 좋으니 크게 취하지도 않는다. 아나고 구이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모양이다. 아나고 9천원, 곰장어 9천원. 053)558-0553.

◆포항아나고

아담한 실내 공간과 4, 5개 놓인 탁자 위에서 구워 먹는 아나고 냄새가 옛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친구 2, 3명과 함께 호젓하게 즐기기에 제격이다. 주인 이영자(53) 씨는 손님이 양껏 먹을 수 있도록 아나고를 듬뿍 내놓는다. 아나고 9천원. 053)556-7235.

◆선산막창아나고

임점희(57)'김종덕(33) 모자의 정이 듬뿍 담긴 식당이다. 아들 김종덕 씨는 2대째 가업을 물려받기 위해 어머니로부터 아나고 기술 전수에 바쁘다. 아나고는 물론이고 고소하고 담백한 생막창도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 아나고 9천원, 생막창 7천원. 053)564-1563.

◆인동촌할매집아나고

이기원(60)'도외선(60) 부부가 16년째 아나고를 손질하고 있다. 부산 하면 '자갈치 곰장어'를 연상하듯 대구로 치면 '인동촌 아나고'라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이 집은 곰장어 양념구이가 특색 있으며 매운 닭발구이도 많이 찾는다. 아나고 9천원, 곰장어 9천원. 닭발구이 7천원. 053) 557-9787.

◆종점아나고

"17년 전 이곳에서 분식집을 하다 아나고의 매력에 빠져 들었지요."

주인 이점숙(52) 씨는 처음에는 아나고 요리를 배우기 어려워 애를 먹었지만 지금은 단골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자랑한다. 쫄깃한 돼지껍데기 맛도 좋다. 아나고 9천원, 돼지껍데기 7천원. 053)555-0863.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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