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먹을거리 골목탐방] 영천공설시장 곰탕골목

수십 년 가업, 수육 한 점에도 정성 무럭무럭

이른 아침부터 영천공설시장에는 삶의 활력이 샘솟는다. 전통시장의 풍경은 고향집에 온 듯 늘 정겹다. 하지만 '금강산도 식후경'.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시장 내 곰탕골목으로 향했다. 식당에서는 저마다 큰 가마솥을 내걸고 뽀얀 김을 모락모락 피우고 있다. "아지매 뜨끈한 곰탕 한 그릇 퍼떡 주이소." 아주머니가 내놓은 곰탕은 보기만 해도 입맛을 유혹한다.

한 그릇 뚝딱 곰탕을 비우니 피로도 저만치 달아난다. 이곳 곰탕 골목은 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며 손님을 맞고 있다.

◆희망식당

"맛은 정직해야 돼. 한 그릇 먹어보라니까." 52년째 이곳에서 곰탕을 하고 있는 터줏대감 격인 이휘자(77'여) 씨가 펄펄 끓는 가마솥을 '휘휘' 젓고 있다. 손때 묻은 가마솥에 이 씨의 삶이 묻어나는 것 같다. 처음 소머리국밥을 시작했던 초창기 멤버들은 모두 떠났다.

이 식당은 오랜 전통의 곰탕은 물론 특히 양곰탕이 특색 있다. 소양(소 위 부분)을 삶아 깨끗한 물에 씻은 뒤 하루 정도 냄새를 제거한다. 이것을 이틀 정도 푹 고아낸 소뼈국물에 담아 내놓는데 그 맛이 쫄깃쫄깃하고 시원한 국물과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전국에 택배도 가능하다. 그릇 바닥에 가라앉지 않게 만든 풀처럼 흐늘흐늘한 국물과 고기, 양념 등 3인분에 1만원이다. 054)334-3589.

◆포항할매집곰탕

할머니, 며느리, 손녀 등 3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시어머니로부터 노하우를 전수받은 이순덕(61) 대표는 손님을 위해 가득 담아 내놓는 인심으로 유명하다. 정성 또한 듬뿍 담겨 있다. 특히 도가니탕, 우족탕, 우랑탕이 별미다. 도가니(소 무릎과 무릎 사이의 연골)탕은 부드러운 연골 맛과 콜라겐도 풍부해 피부미용에 좋다. 이 때문일까. 공중파 방송도 타고 대구, 부산, 포항 등 외지인은 물론 특히 타지에서 고향의 맛을 잊지 못해 찾아오는 출향인사들로 붐비고 있다.

후식으로 나오는 '한방 감주'는 별미다. 천궁, 당귀, 대추, 구기자를 엿기름 물에 넣고 함께 달여 낸 한방감주를 차게 식혀 먹으면 쌉싸래한 향이 입안에 가득 퍼진다. 5인분 이상 전국에 택배도 해준다. 054)334-4531.

◆산성식당

2대째 내려오는 40년 전통의 가마솥 곰탕 전문점(대표 김순자)이다. 구수한 맛과 뛰어난 서비스로 2007년 한국음식대전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 집에서는 소머리, 우랑, 도가니, 소양, 소혀 등 모둠수육이 유명하다. 소 부위별로 골라 맛볼 수 있는 세트 메뉴로 쫄깃, 담백, 아삭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대(大) 2만원, 소(小) 1만5천원. 054)331-3290.

◆유진식당

친정어머니에게서 물려받아 2대째 내려오는 35년 전통을 자랑한다. 이 집은 소껍데기가 별미다. 우영란 대표는 "생고기를 초벌 작업한 뒤 삶아서 첫물을 버리고 깨끗하게 다듬는다"며 "소 목이나 뱃가죽 부위 껍데기로 콜라겐 함량이 풍부해 피부미용에 좋다"고 말했다. 소껍데기 600g에 1만원. 054)331-6883.

◆길손식당

한방 돼지수육, 순대국밥, 도가니탕 등이 인기다. 대표 강경분(53) 씨는 충청도에서 이곳으로 시집와 20년째 문을 열고 있다. 강 씨는 특히 도가니탕의 경우 50, 60대 층에서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054)333-6180.

◆신덕식당

깨끗하고 질 좋은 고기, 저렴한 가격으로 33년째 문을 열고 있다. 국물 맛이 구수한 곰탕국수가 인기다. 푹 고아낸 곰탕국물에 국수를 말고 그 위에 고기를 조금 얹어 내놓는데 구수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이 일품이다. 그 위에 대파, 고춧가루, 새우젓을 가미하면 더욱 맛을 돋운다. 대표 권인분(66) 씨는 특히 겨울이면 기름기를 쫙 빼 쫀득한 맛이 일품인 소머리 눌린 고기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054)333-6024.

이외에도 수육도시락 전문점인 수정식당(대표 조재호'054-334-0504), 한우곱창전골로 유명한 삼봉식당(대표 이정자'054-332-8923)이 있다. 가격은 소머리곰탕'내장탕 6천원, 양곰탕 7천원, 도가니탕 9천원.

전수영기자 poi2@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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