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백일장] 시2-할아버지 산소 앞에서

조지은(대구 달서구 이곡동)

경북 청송군 진보면 하늘 아래 첫 동네

한 작은 언덕 위 작은 무덤 앞에 서면

커다란 집 한 채가 내려다보인다.

옛날 영화(榮華)의 흔적이 처마마다 매달린

이제는 쓸쓸한 녹슨 빗물받이의 낡은 기와집에는

한 노인이 살았었다.

구릿빛 작은 얼굴에

세월이 훑고 간 깊은 주름

때묻은 동정의 물빛 저고리

찰 손목이 없어 가슴에 지녀야 했던 회중시계의

작은 외팔배기 노인

평생을 흘려 부은 땀내 나는 감골 논은

도시로 간 맏아들의 신접살림이 되었고

유난히 눈이 맑던 정든 누렁소는

똑똑한 막내아들 대학 학비가 되었다.

그렇게 이제는 여섯 자식들과

동그란 작은 무덤만이

그가 살았었다는 증거가 되어 남았다.

그도 한때는 수백 마지기의 논을 힘껏 일구었고

수십 마리의 소의 등을 긁어주던 젊은 청년이었고

여섯이나 되는 자식들이 빨아먹을

뜨거운 피였었던.

◇ 지난주 선정되신 분은 장분남(경산시 진량읍) 님입니다.

◆응모요령

▷지상 백일장

시'시조'수필'일기 등. 수필'일기는 200자 원고지 4, 5장 분량.

▷우리 가족 이야기

원고지 4, 5장 분량. 사진 포함.

▷보내실 곳: weekend@msnet.co.kr 또는 대구시 중구 서성로 20(700-715) 매일신문사 독자카페 담당자 앞. 문의 053)251-1784.

'우리 가족 이야기'에 선정되신 분과 '지상 백일장' 코너 중 1명에게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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