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선 금품수수 '대어' 놓친 포항남구선관위

200만원 받은 대의원 헛걸음…근무 한시간 일찍 끝내 부재중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휴일 상황근무를 평일보다 1시간가량 일찍 마치는 바람에 간발의 차이로 포항시장 예비후보의 금품 살포라는 '대어'를 놓쳤다.

포항남부경찰서는 28일 오후 9시 10분쯤 새누리당 포항시장 후보 경선을 앞두고 지역 새누리당 대의원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공원식 후보 측 선거운동원 박모(52) 씨를 긴급체포했다. 박 씨는 27일 오후 포항시 남구 연일읍 한 사무실에서 새누리당 대의원 A씨에게 공 후보에 대한 지지를 부탁하며 200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오후 9시쯤 이 사실을 신고하려고 포항남구선거관리위원회를 찾았으나 문이 닫혀 있던 탓에 발길을 돌려 포항남부경찰서에 사건을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박 씨는 공 후보로부터 1천400여만원을 받은 뒤 이 돈을 A씨 외에도 새누리당 대의원 20여 명에게 최소 1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체포 과정에서 경찰이 압수한 박 씨의 수첩에는 공 후보로부터 돈을 건네받은 일자와 금액, 돈을 건넨 대의원 20여 명의 이름과 금액 등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특히 박 씨가 새누리당 포항시장 후보 경선에 참여하는 대의원 4천200여 명의 명부를 가지고 있던 점 등으로 미뤄 공 후보 측이 뿌린 돈이 경찰 조사 결과보다 더 많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박 씨는 경찰 진술에서 "공 후보로부터 돈을 받은 것은 맞지만,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지시를 받은 것이 없다"며 공 후보의 개입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공 후보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나를 도운 자원봉사자가 잘못을 저지른 점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포항시장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처럼 사태가 점점 커지면서 최초 신고를 받지 못한 선관위는 당시 상황에 대한 경위 조사를 하는 등 한차례 홍역을 겪었다. 선거 시 근무 일정에 대한 정식 규정은 없지만 선관위는 자체 계획에 따라 선거일 전까지 평일 오후 10시, 휴일 오후 9시까지 상황근무를 하고 있다.

그러나 포항남구선관위에 따르면 이날 직원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 퇴근 시간을 한 시간 정도 앞당겨 오후 8시에 모두 퇴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29일 경북도선관위는 A씨의 신고 당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포항남구선관위 현관에 있는 CCTV 영상파일을 넘겨받아 경위를 조사했다.

경북도선관위 관계자는 "CCTV 확인 결과 A씨가 포항남구선관위에 도착한 것은 이미 오후 9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정상 근무를 했더라도 현장 접수가 어려웠을 것"이라며 "무조건적으로 상황근무를 강요하면 긴 선거 기간 동안 직원들이 지쳐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5월부터는 24시간 근무체제를 갖추고, 전화 신고 상황실을 24시간 개통하는 등 공정선거 확립에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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