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인천 열우물 테니스경기장의 자원봉사자들은 이번 아시안게임 대회 들어 가장 바쁜 하루를 보냈다. 낮 12시 시작 예정이던 테니스 남자 복식 결승이 오후 6시가 다 되어서야 끝난 탓이다. 비가 내리면서 3시간 30분 정도 늦게 시작한 경기는 도중에도 1시간 정도 중단됐다. 이 때문에 자원봉사자들은 이날 코트를 두 번씩이나 수건으로 닦아내야 했다.
정성을 다한 자원봉사자들의 수고에 하늘도 감복한 것일까? 한국 테니스는 유일한 희망이었던 남자 복식에서 임용규-정현 조가 금메달을 목에 걸며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의 이번 대회 유일한 테니스 금메달이자 1986년 김봉수-유진선 조 이후 28년 만에 수확한 남자 복식 금메달이었다.
6시간 가까이 걸려 차지한 금메달만큼 임용규의 테니스 인생도 굴곡이 적지않았다. 임용규는 안동중 3학년이던 2006년, 국내 주니어 최고 권위의 대회인 장호배 대회에서 고등학생들을 꺾고 우승,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안동고 재학 중이던 2009년에는 인도 퓨처스대회에서 고교생 최초로 퓨처스대회 우승 기록을 남겼다. 그해 국가대표로 발탁된 그는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그는 부상에 발목을 잡혔다. 2010년 9월 경기 도중 발목 인대가 끊어지면서 대표로 발탁됐던 광저우 아시안게임에는 가보지도 못했다. 이후에도 부상 여파로 고생하던 그는 2012년 3월에는 오른쪽 발등 뼛조각 제거 수술도 받았다. 안동고 테니스부 감독으로서 그를 지도했던 김인규 교사(구미 형남중)는 "용규는 어릴 때부터 승부 근성이 뛰어나 될성부른 떡잎으로 인정받았다"며 "언젠가는 그랜드슬램대회 무대에서도 큰 사고를 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제자를 격려했다.
힘과 기술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 임용규는 지난해 윔블던 주니어 남자 단식 준우승자인 정현과 짝을 이룬 이번 대회에서도 싸움닭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인도의 사남 싱-사케스 미네니 조를 2대0으로 꺾은 결승에선 마지막 2득점을 강력한 서브 에이스로 뽑아내며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경기를 마친 뒤 임용규는 "이번 대회에 테니스 인생을 걸어보자는 생각을 했다"며 "테니스 하면 많이들 떠올리는 이형택 선배보다 더 높은 목표를 잡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이상헌 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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