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버스에 놓고내린 골드바 되찾은 재일교포 2세 "아리가토"

어머니 찾아온 재일교포 2세 화장실 다녀오니 버스출발‥상주경찰 추적해 바로 회수

설 명절을 맞아 고국을 처음 방문한 재일교포 이성로 씨와 아들이 6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이 든 돈가방을 찾아준 상주경찰서 조유호 경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상주경찰서 제공
설 명절을 맞아 고국을 처음 방문한 재일교포 이성로 씨와 아들이 6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이 든 돈가방을 찾아준 상주경찰서 조유호 경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상주경찰서 제공

"대한민국 경찰, 정말 고맙습니다.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15년 만에 세배를 올렸고 잃어버린 줄 알았던 돈가방도 전해 드렸습니다. 평생 못 잊을 행복한 설 명절이었습니다."

일본 나고야에서 재일교포 2세로 태어난 이성로(49) 씨. 15년 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고, 집안 사정 때문에 어머니만 따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간 제대로 연락도 못 하던 어머니를 만나고픈 생각에 아들(16)과 함께 고국을 찾았다. 어머니에게 처음으로 손주 얼굴을 보여주고, 생활비도 보탤 생각이었다. 예고도 없이 이달 18일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에 온 이 씨는 난생처음 모국에서 평생 잊지 못할 아찔한 경험을 했다. 무려 6천여만원을 잃어버릴 뻔한 것이다.

들뜬 마음으로 어머니가 사는 충북 보은행 버스를 탄 이 씨 부자. 그날 오후 1시 30분쯤 보은 시외버스정류장에 도착한 이들은 그곳이 최종 목적지인 줄도 모르고 버스에 가방을 남겨둔 채 화장실을 다녀왔다. 그런데 가방을 실은 버스가 떠나버린 것이 아닌가. 한글도 잘 모르고 우리말도 서툰 탓에 버스 차량번호는커녕 버스 회사 이름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가방에는 여권뿐 아니라 어머니에게 드릴 순금 골드바 100g(시가 518만원 상당)짜리 5개를 포함해 엔화와 달러 등 6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이 들어 있었다. 정신이 아득해진 이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손짓 등으로 도움을 청했고, 상주로 가면 버스를 찾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택시를 타고 상주터미널로 가던 중 상주경찰서 중앙지구대를 찾아가 이런 상황을 설명했다. 근무 중이던 송준규(54) 경위와 조유호(39) 경사는 비슷한 시간대 보은을 경유한 18대의 버스, 운전기사의 연락처를 파악했고, 해당 버스가 속리산행임을 확인했다. 곧바로 순찰차를 타고 버스 추적에 나섰고, 버스기사에게는 승객과 짐을 내리지 말도록 협조 요청도 했다.

추적 40분 만에 이들 부자는 가방을 되찾을 수 있었다. 내용물도 그대로였다. 기쁜 나머지 가방 안에 있던 500여만원짜리 순금 골드바 2개를 경찰 2명에게 한 개씩 건넸다.

하지만 조 경사 등이 한사코 거절하자 자신의 일본 주소지와 연락처를 적어주며 나중에 꼭 연락을 해달라고 전한 뒤 어머니 집으로 향했다.

이튿날 설을 쇤 뒤 이 씨는 상주경찰서 중앙지구대에 전화를 걸어와 다시 한 번 "아리가토 고자이마스"를 외치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상주 고도현 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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