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시뻘겋게 나오고, 너저분한 머리 등 첫 방송에 나온 내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3일을 밖에 못 나갈 정도였죠. 사실 훈련소에서도 이틀이 지나니 거울을 회피했었어요. 지금은 어떠냐고요? 익숙해졌죠."(웃음)
배우 강예원(35)은 "이렇게 폭발적인 반응은 처음"이라고 했다. 해병대 출신 동생은 "그럴 줄 알았다"고 박장대소했고, 부모님도 딸의 활약(?)을 좋아했다. 본인은 심각했지만, 주위 사람들은 빵빵 터져서인지 자신을 보기만 하면 웃는단다. MBC '일밤-진짜사나이'의 여군특집 2기 출연과 관련해 주위 반응을 묻자 나온 대답이다. 벌써 데뷔 15년 차 배우인데 이런 관심을 받은 적이 없어 무척이나 놀랐다는 투다. 물론 행복하고 즐겁다는 뜻도 포함돼 있다.
'울보 아로미', '할머니 안경', '홍조 소녀', '멍예원' 등 그를 수식하는 단어들이 많이 따라붙긴 했지만 그것마저도 행복할 따름이다. 그는 "내 모습을 보고 아로미라니…. 귀엽게 포장해준 제작진에게 감사하다"고 웃었다. "캐릭터 설정 잘했다"는 일부 시선에 대해서는 "안면홍조와 돋보기안경은 솔직히 누구한테도 들키고 싶지 않았던 콤플렉스였다. 일부러 공개하면서 설정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닌가요?"라며 당당했다.
'일반인의 신분'으로 돌아온 강예원은 "비록 4박 5일이었지만, 끝나고 나서 전우애라는 감정을 느꼈다"며 "집에 와 자고 난 다음 날 새벽 7시에 일어나 모두에게 문자를 보냈다. 전우들이 옆에 없으니 허전하고 공허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둘씩 문자가 왔고, 그 마음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강예원은 두려움을 극복하자는 차원에서 '진짜사나이'에 참여했다. 소속사에서 등 떠밀어 시작한 일이기도 하지만, "낯선 환경과 사람에 적응하는 걸 잘 못 한다"는 자신의 콤플렉스를 이겨내기 위해 도전했고 결론적으로 도움이 됐다. 훈련소 입소부터 1분을 지각해 소대장 눈 밖에 났고, 계속해서 혼이 나 시청자들에게 폭소와 함께 측은한 마음이 들게 했다. 강예원이 왈칵 눈물을 쏟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살면서 자신의 이름이 그렇게 많이 불리는 건 처음이었다. 그는 "무난하게 잘 커왔다고 생각했는데 말로만 듣던 관심병사가 된 것 같았다"고 회상했다. 제작진과 사전 인터뷰에서 "나름 긍정적"이고 "멤버들을 잘 이끌겠다. 긍정의 힘으로 가겠다고 했는데 혼자 울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는 강예원. "어디서 들은 건 있어서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게 중간만 하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됐다"는 그는 "처음부터 '멘붕'이었다. 고통스럽고 무서웠다. 산 넘어 산이라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이었다"면서도 "계속 한계에 대한 싸움이었던 것 같은데 그 결과에 만족한다"고 좋아했다.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 사실 강예원은 군대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는 말이 맞을 거다. 하지만 그의 말을 빌려 표현하면 "군대에 뭔지 모를 열정"이 생겼다. 짧은 기간 다녀오긴 했지만, "군대 안 가려고 편법을 쓰는 이들이 이해 안 된다고"까지 할 정도다.
"우리나라 군인들의 수고에 존경을 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자들도 다시 보게 됐고요. 기껏 5일 갔다 오고 할 말은 아니지만 여자들도 기회가 되면 체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물론 통일이 되면 가장 좋겠지만요."(웃음)
군대에서 가장 힘든 일은 뭐였을까.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바느질. 강예원은 "군대에서 바느질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른 훈련을 언급할 줄 알았다고 하니, "오히려 화생방 훈련은 열 번도 더 할 수 있는데, 바느질은 못한다. 원시라서 바늘구멍과 실이 보이지 않더라. 정말 한심해보였다. 내 무능력의 끝을 보는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같이 훈련받은 모든 멤버들에게 고맙다"는 강예원. 특히 에이핑크의 윤보미와 배우 박하선이 많은 도움을 준 게 기억에 남는 듯했다. 윤보미로부터는 마음으로 위로해준다는 게 뭔지 알았다. 박하선이 없었으면 강예원이 유일하게(?) 잘해냈던 화생방 훈련도 못 했을 것 같단다.
훈련 덕인지 강예원은 '전우'라는 말을 꺼내며 2기 여군 멤버들을 향한 애정을 내비쳤다. "나중에도 서로 얼굴 볼 수 있는 사이가 되고, 밀어주고 끌어주면 좋겠다는 말도 했어요. 질투하지 말고 자주 보자는 얘기였죠. 경쟁사회이긴 하지만 서로에게 힘이 되면 좋겠어요."
배우인데 예능에서 주목을 받고 웃긴 이미지가 되어 버렸는데 후회는 하지 않을까. 전혀 여군 특집 출연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미지가 달라진 것도 개의치 않는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진짜사나이'에서 열심히 하고 싶었어요. 코미디가 된 것 같긴 해서 당분간 심각한 배역은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긴 하죠. 하지만 군대를 다녀온 걸 후회하지는 않아요. 요즘 사람들이 저를 보고 깔깔대면서 와요. 나를 보고 웃어주는 사람들이 고마울 따름이죠. 이런 걸 언제 또 해보겠느냐는 생각이 들고, 갔다 오길 잘했다고 생각해요."(웃음)
여군 특집 2기 출연으로 만족스러운 게 또 있다. 그는 "24시간 돌고 있는 카메라 앞에서는 성향이 드러난다고 하더라. 제작진이 '예원 씨 진짜 착한 것 같다'고 했다. 나름 예민하다고 생각했는데,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잤다. '시집은 갈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웃었다.
'진짜사나이'에서 다시 불러 준다면? 주저 없이 직행이다. "다시 들어가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강예원. 자신감이 생긴 듯하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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