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私費)를 털어 '문화유산을 통해 찾는 대구의 아이덴티티'라는 홍보용 CD를 아내와 함께 만들었어요."
근대골목투어, 동화사, 도동서원 등 대구에서만 14년째 문화유산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이달(62) 씨. 2001년 신문을 보다 '노후에 보람된 일을 찾자'는 생각으로 이 길로 접어들었다. 경북 군위 출생으로 대구고-경북대 법학과(72)를 졸업한 후 OB맥주에서 20년 동안 근무하다 문화유산해설사가 된 그는 대구를 홍보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기세다.
문화유산해설사로 수년간 활동하다 보니, 대구를 알릴 홍보용 CD의 필요성을 느꼈다. 부인 정혜주(62) 씨가 남편의 일을 적극 도왔다. 기획'제작뿐 아니라 내레이션까지 정 씨가 담당했으며, 대본'촬영'편집은 박 씨가 맡았다. 이 CD를 제작하기 위해 박'정 씨 부부는 캠코더도 새로 구입하고, 2007년 봄부터 2008년 가을까지 정성 들여 만들었다. 이 홍보용 CD는 현재 총 360장이 배포됐다. 이들 부부는 대구에 대한 관심이 많은 외국인, 타지인 등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정 씨는 학교 교육용 자료로도 활용했다.
이 CD에는 대구의 2만 년 전 월성동 유적'5천 년 전 서변동 유적'3천 년 전 진천동 선사유적부터 B.C 4세기 달구벌을 세운 사람들, 약사신앙과 실용불교, 도학과 실천유교, 신종교의 전파(1898년 기독교-대구제일교회, 1899년 천주교-계산성당)까지 담아내고 있다. 더불어 불의에 맞서는 실천의 아이덴티티(1907년 국채보상운동, 1960년 2'28 학생운동), 대몽항쟁과 의병활동, 일제강점과 항일운동 등 대구의 불굴의 저항정신까지 소개한다. 더불어 박 씨의 개인 블로그인 '대구문화톺아보기'(blog.daum.net/bean2700)에 들어가면 대구에 관한 다양한 문화유산 관련 해설 자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박 씨의 또 다른 특이 이력은 일본어 실력이다. 그는 일본의 정'관계 인사나 관광객이 방문했을 때, 능통하게 대구의 문화유산과 정신문화를 소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말이나 쉬는 날에도 일본에서 대구를 찾아온 손님들을 위해 집 밖을 나선다. 이렇듯 대구를 알리기 위해 열정적으로 뛰지만 그가 받는 보상은 식대'교통비가 전부다. 한마디로 자원봉사인 셈이다.
14년 동안 재밌는 에피소드가 없느냐는 질문에는, "관광객들이 문화유산과 관계없는 '이 풀 뭐예요, 이 꽃 뭐예요' 등 생전에 보지 못한 것들을 갑자기 물을 때나, 한창 설명하고 있는데 '에~이, 우리 그거 다 알아요'라고 할 때, 가장 곤혹스럽다"며 "그래도 저는 앞으로 문화유산을 해설하는 현장에 보다 충실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CD 문의 010-3535-5545.
권성훈 기자 cdrom@msnet.co.kr
사진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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