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란한 아침풍경
마당에 모여 있던
아이들의 목소리가
호두나무를 타고 들려온다.
나는 짤랑거리는 풍경소리를 들으며
창문 곁에서 떠날 줄 모른다.
실크처럼 빛나는 아침 햇살이
내 방 커튼을 한껏 물들이고 있을 때
나는 눈을 깜빡이며
연극배우가 된 것처럼
자연스레 커튼을 젖히고 나온다.
목에 걸린 하품덩어리를
조심스럽게 문지르고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알 수 없는 생에 대해 나도 모르게
갑자기 궁금증이 피어오른다.
지끈거리는 이마를 문지르고 있다 보면
시간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재잘거리던 아이들이 사라진 자리에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민다.
어느새 따스한 온기가
나무 블라인드의 좁은 틈으로 들어와
가슴 위에 흩어진다.
바람은 성난 것처럼 어지럽게 흩어지더니
뇌리속에 성호를 그어대기 시작한다.
나는 다시 침묵의 순간 속으로,
끝없이 잠길 수 있도록,
침대 속으로 한없이 파고든다.
류재필(대구 달서구 야외음악당로)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