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조희팔 사건만 마주하면 어설픈 검찰

검찰이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사건의 2인자라는 강태용을 기소하면서 2008년 사건 당시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에게 2억7천만원의 뇌물을 준 혐의는 쏙 뺐다. 반면 조 씨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경찰관에게 1억원을 준 혐의는 집어넣었다. 강 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징역 7년의 확정 판결까지 받은 검사 뇌물 사건은 제외한 반면, 경찰관 뇌물 사건만 포함시킨 것이다.

지난해 10월, 강 씨가 중국 장쑤성에서 현지 공안에 검거되자 '조희팔 사건'의 실체가 드러날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검찰이 '조희팔의 오른팔'로 불린 강 씨를 통해 조 씨의 생사 여부부터 정확한 사기 규모, 은닉 자산, 배후 비호 세력 등 사건 실체를 밝힐 수 있을 것이란 기대였다. 강 씨가 받은 혐의만 사기, 횡령 등 30여 가지에 이른다. 검찰 역시 강 씨 검거 및 송환을 계기로 철저 수사를 다짐했다.

하지만 4일 검찰이 기소한 강 씨의 혐의에는 사실상 새로운 내용이 없었다. 강 씨 송환에 앞서 100억원으로 특정했던 횡령액이 202억원으로 늘어난 것이 고작이다. 그러면서 전직 부장검사에 대한 뇌물 공여 혐의마저 기소장에서 제외했으니 검찰이 여러 차례 강조했던 '철저 수사'는 오간 데 없게 됐다. 대신 '제 식구 감싸기'를 위한 수사였다는 비난만이 시중에 회자된다.

물론 검찰은 '그동안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앞으로 구체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이미 천하에 드러난 제 식구 범죄에 대한 고해에 대해서도 소극적인 검찰이 앞으로 과연 단군 이래 최대 사기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의 배후 비호 세력을 얼마나 밝혀낼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떨치기 힘들다. 이미 기소된 강 씨가 추후 협조적일 것이라 기대할 수도 없다.

검찰이 조희팔의 2인자를 붙잡아오고서도 비호 세력 등 조 씨 사건의 총체적 진실을 밝히지 못했다면 무능한 것이다. 실체에 접근 가능하면서도 이를 외면했다면 무력한 것이다. 어느 쪽이건 2조5천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사기 피해자나 실체적 진실을 알기를 원하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 검찰은 다시 한 번 각오를 달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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