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매서 5억여원에 거래된 이우환 작품 위작 의혹

경찰이 국내 주요 미술품 경매에서 5억여원에 거래된 한국 미술계의 거장 이우환(80) 작가의 작품에 첨부된 감정서가 위조됐다고 밝힘에 따라 위작 의혹이 또다시 불거졌다.

한국화랑협회는 경찰이 지난해 12월15일 K옥션 경매에 출품된 이우환의 1978년작 '점으로부터 No. 780217'에 첨부된 감정서의 진위 확인을 요청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작품은 4억9천만원(수수료 포함 5억7천85만원)에 개인에게 낙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이 그림을 압수해 지난 5일 감정업계에 맡겨 감정한 결과 매물에 첨부된 감정서를 위조 문서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사대는 "그림이 위작이라는 것이 아니라 감정서가 위조됐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며 "감정서의 정확한 출처는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화랑협회 관계자는 "경찰 의뢰를 받아 협회에 보관된 사본을 확인한 결과 감정서 접수번호는 이우환이 아닌 김기창 작가의 작품이었고, 감정서 양식 또한 다른 작가의 작품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찰이 관련 자료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해 사실 확인을 할 예정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미술계의 한 관계자는 "감정서가 위조됐다는 점에서 작품의 위작 의혹 또한 제기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정서에 표기된 발행시점은 2001년이었고 당시에는 화랑협회가 유일한 감정서 발행처였다.

1936년생인 이우환 화백은 한국의 대표적 현대미술 작가로, 그의 작품은 해외에서도 유명해 각종 미술품 경매에서 고가에 거래된다.

이 화백은 몇 년 전부터 국내외 미술품 시장에서 나타난 단색화 인기현상과도 맞물려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해 10월 이우환 화백의 위작들을 유통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인사동 화랑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은 "이 화백의 작품인 '점으로부터', '선으로부터'의 위작들이 2012∼2013년에 유통됐다는 첩보를 받고 수사를 시작했다"며 "이 화랑에서 합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위작 10여점이 유통됐을 가능성이 포착돼 압수수색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내 양대 미술품 경매사 중 하나인 K옥션 경매에서 이같은 문제의 그림이 거래됐다는 점은 경매사의 기본인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 화백 측은 그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자신의 작품에는 위작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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