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가습기 살균제(세정제) 문제가 전국을 강타했다. 호흡 곤란이나 급속한 폐의 손상 등 폐손상증후군으로 영유아와 임산부, 노인 등이 잇따라 사망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역학조사를 실시한 뒤, 그해 8월, 이 사망의 원인이 가습기 살균제로 추정된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제품 사용 자제, 판매 중단 등의 권고를 내렸고, 2012년 2월에는 가습기 살균제가 폐 손상의 원인임을 최종 확인까지 했다.
이 사건으로 구체적인 피해자는 500여 명, 사망한 사람만도 최소한 143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5년이나 됐는데도 아직도 진행형이다. 피해자는 비싼 치료비를 물면서 개인적으로 소송을 벌이고 언론에서도 여러 차례 다뤘지만,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다. 2012년 12월, 정부는 폐 손상 조사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것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가습기 살균제 판매업체 4곳을 검찰에 고발하고 5천여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이 전부다.
그런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최근 한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실험보고서를 만든 것으로 보고 이를 조사하고 있다. 실험보고서는 이 사건이 벌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 회사가 서울대와 호서대에 의뢰해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살균제가 폐손상증후군과 연관성이 없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으로 검찰은 물론, 피해자가 소송을 냈을 때 법원에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웃지 못할 일은 피해자가 법원에서 회사에 다툴 때 제출된 실험보고서가 인제야 검찰에 포착됐다는 것이다. 전체적으로 종합하면, 수많은 국민이 사망했지만, 정부는 아무런 힘이 되지 않았다. 그 사이 가해자는 대학에 의뢰해 자신에게 유리한 보고서를 만들어 법원에 제출했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수년이 지난 인제야 알았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은 현재 우리의 국가를 자조적으로 '헬 조선'이라 한다. 이는 청년 실업과 물질 만능 세태, 혼탁한 정치, 만연한 범죄 등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빗댄 것으로 한마디로 '사람이 살 곳'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 사건의 피해자는 대부분 영유아와 임산부 등 국가가 최우선 보호해야 할 약자다. 그러나 있는 자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장난을 칠 때 정부는 뒷짐을 지거나 외면했다. 결국 죽어나는 것은 국민뿐이니, 달리 '헬 조선'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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