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손자와 손녀를 도맡아 키우는 신정희(가명'59) 씨. 아들이 죽고 손주를 키우기 시작한 뒤부터 정희 씨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아침부터 손녀의 등교 준비, 장애가 있는 손자를 데리고 병원에 다니다가 정신을 차려보면 밤이 돼버린다. 손주들에게 매여 있는 삶에 가끔은 가족 몰래 눈물을 훔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부모님 없이 자라야 하는 손주들을 보면 자신이 더 희생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손주들이 제 인생을 스스로 살아갈 수 있을 때까지 절대 희망을 잃지 않을 거예요."
◆아들의 죽음으로 바뀐 인생
대구에서 태어나 결혼 후 30년간 가정주부로 살아온 정희 씨. 정희 씨는 자신의 노후가 이토록 고달플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다.
용접 기술자로 일했던 남편은 늘 일정한 수입을 가정에 갖다 줬다. 아들 둘은 크게 속 썩이는 일이 없었을 정도로 착했다. 두 아들 모두 어린 나이에 자동차 정비 기술을 익혀 직장을 잡고 가정을 꾸렸다. 이제 남편과 편안한 노후를 보낼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막내아들이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로 사망하면서 정희 씨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 아들이 퇴근 후 오토바이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신호를 위반한 화물차에 부딪혔고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설상가상으로 아들이 죽은 지 6개월 뒤 며느리마저 집을 떠났다. 세 살 된 딸아이와 막 돌이 지나고 뇌병변 진단을 받은 아들을 남겨둔 채였다.
"하루아침에 부모가 없어진 손주들을 보면서 세상이 다 끝난 것 같았어요. 집을 나간 며느리는 전화번호도 바꾸고 아이 얼굴 한 번 보러 오지 않았어요."
그때부터 정희 씨의 고달픈 삶이 시작됐다. 손자의 재활치료에 좋다는 병원을 수소문하러 다녔고, 손녀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잠잘 시간을 아껴야 할 정도였다.
용접 일을 그만두고 10년 전 택시 운전을 시작한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손자와 정희 씨를 병원 시간에 맞춰 데려다 주고, 집에 태워주느라 매일 회사에 줘야 할 사납금을 벌기도 어려웠다. 한 달에 한 번 서울 큰 병원으로 가야 하는 날이면 그날 하루는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생활고로 힘든 삶
정희 씨는 힘들 때마다 막내아들이 있는 납골당에 들렀다. 죽은 아들이 떠오를 때마다 손자, 손녀 모두 앞가림을 할 때까지 잘 돌볼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습관처럼 달고 살았다.
정희 씨 부부는 평생 모은 돈으로 손자의 재활치료 비용을 댔다. 그러다 이 돈마저 5년이란 세월이 지나면서 바닥났다.
30분 치료에 최소 3만~4만원이 들어가는 치료를 꾸준히 받으려면 한 달에 수십만원은 우습게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 밖에 손주에게 들어가는 병원비, 네 가족의 생활비로 매달 적자가 계속됐고 평생을 번 돈은 금세 사라졌다.
"복지관 재활 치료비는 무료지만 기본 1, 2년은 대기해야 겨우 받을 수 있어요. 어쩔 수 없이 일반 병원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어요."
최근 정희 씨는 무릎 통증이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평소 무릎 관절이 좋지 않았는데 제대로 치료하지 않다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악화된 것이다.
"제가 치료를 몇 번 안 받고 참으면 손자가 재활 치료를 한 번 더 받을 수 있잖아요. 아파도 파스를 붙여가면서 참곤 했는데 이렇게 악화될 줄은 몰랐어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된 손자, 손녀 앞으로 나오는 정부 보조금은 110만원 정도. 남편은 수술을 앞둔 아내의 간병비라도 아껴보려고 한 달 전 택시 일을 그만둔 상황이다. 빠듯한 살림으로 최소 700만~800만원이 들어가는 수술비를 마련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여기에 아직 갚지 못한 집 대출금, 여기저기 빌린 돈까지 생각하면 정희 씨 부부는 눈앞이 깜깜하다.
"제가 힘든 건 괜찮아요. 다만 아이가 병원이라도 마음껏 갈 형편만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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