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은 2011년 5월에 개관했다. 도시의 규모나 지역 미술인의 인프라에 비해 늦은 출발이었다. 기다림의 시간만큼 관심과 기대도 컸다. 많은 관심 속에서 초대관장(김용대)은 개관 준비와 개관까지 2년간 관장직을 수행했고, 2대 관장(김선희)은 4년간 관장으로 재임했다. 이제 대구미술관이 개관한 지 5년이 되었다. 그간에 대구미술관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보다 세심하게 이루어질 것이다.
지금 대구미술인들의 초미의 관심은 3대 관장이 누가 될 것인지에 모여 있다. 대다수의 미술인은 대구미술관의 비전을 제시하고 이끌 역량 있는 분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다. 누가 관장이 되는가보다는 공적인 마인드를 갖춘 열정과 실력으로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는 관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렇기에 관장에 대한 기대감은 대구미술관이 가야할 방향과 목표에 대한 철학을 가지고, 지역민 나아가 한국과 세계 미술의 흐름을 담아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관장이 절실하다.
1대와 2대 관장이 타지 사람이었으니, 이번에는 지역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구지역 인사로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관장이 되고자 하는 인사라면 국내외에서도 충분히 역량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경험과 실력을 갖춘 분으로 지역의 연고를 떠나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리더십과 책임감 있는 관장이어야 한다. 보다 구체적인 요건으로는 미학이나 미술사를 기반으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실천적 경험과 미술행정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대구미술관 관장의 자격은 당연히 지역의 정체성과 국제적인 흐름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전문적인 지식이 필수 요건이기에 구태여 지역인사냐, 아니냐를 따질 필요가 없다.
미술관의 수장은 미술관의 목적과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하는 자리이다. 이러한 목표에 대한 중장기적인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임기도 필요하다. 불과 몇 년을 못 넘기는 인사발령으로는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 불안하고 짧은 재임기간 동안 자료수집과 전시기획을 해야 한다. 지역미술인의 기증과 기부로 안정된 재정확보와 마케팅에서도 유연한 활동을 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전 관장의 업무와 신임 관장의 업무연계의 지속성에 한계가 있다. 미술관의 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역량 있는 관장의 비전이 발휘될 수 있도록 믿고 지켜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대구미술관 관장은 미술인과 미술행정, 개인과 집단 간의 견해의 차이를 넘어설 수 있는 창조정신과 열정을 겸비한 사람이어야 한다. 미술관의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정책과 행정이 결합되어 잠재력을 개발하고 참된 문화예술의 향유라는 목표설정이 필요하다. 미술관은 명작의 무덤이 아니라. 명작을 탄생시키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술관 관장의 역량과 비전에 따라 한 도시의 미술문화가 갖는 격과 수준이 달라진다.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은 대중뿐 아니라, 전문적인 미술인에게도 안목을 자라게 하는 곳이다. 그렇기에 작가와 작품의 가치를 발굴하는 미술관의 기능(수집, 관리, 보존, 조사, 연구, 전시, 교육)은 한국 나아가 세계적인 수준에서 대구의 미술가와 미술품을 알리는 일이다.
오늘날 미술관 관장의 역할은 아카데미즘의 성역 안에 있는 학문과도 다르다. 삶의 터전에서 새로운 문화적 출구를 찾아가는 비전을 제시하고 완성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공정하고 전문적인 안목을 가진 심사위원의 적격한 판단을 믿고 싶다. 한 번의 신중한 심의과정이 대구미술의 미래를 결정한다. 대구미술 나아가 한국미술의 비전을 실천해 나갈 관장을 나는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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