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성현(33) 씨는 지난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범어 센트럴 푸르지오' 아파트에 당첨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로열층이 걸린다면 수천만원의 웃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 씨는 "수십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해 로또나 마찬가지지만 밑져야 본전이란 심정으로 청약을 했다"고 했다.
최근 잇달아 분양한 대구 도심의 아파트 단지들이 '대구 부동산은 이제 침체기'라는 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최근 분양한 중구와 수성구의 아파트가 완판하거나 성공 분양이 예상돼 외곽부터 빠르게 식어가는 대구 분양 시장을 잡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화성산업이 지난달 18일 공개한 남산역 화성파크드림이 6일부터 나흘간 진행된 계약에서 예비순위 당첨자를 포함해 415가구 전 세대가 100% 완전 분양했다. 지하 2층, 지상 23층 전용면적 59'74'84㎡ 415가구로 구성되는 이 단지는 도심 속 역세권에 위치한 데다 화성산업의 아파트 브랜드 파워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남산역 화성파크드림은 청약 당시 1순위 청약 접수자 1만5천여 명과 평균 청약 경쟁률 54.87대 1, 최고 경쟁률 200.7대 1을 기록하며 전국적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대우건설이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선보인 '범어 센트럴 푸르지오'도 1순위 청약 접수에서 평균 71.8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1순위 청약 접수에서 483가구(특별공급 제외) 모집에 3만4천689명이 몰리며 전 평형이 마감됐다. 전용면적 84㎡B형의 경우 218가구 모집에 1순위 당해 지역에서만 1만8천957명이 접수, 86.9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나타냈다. 앞서 공급된 오피스텔도 이틀 만에 계약을 끝냈다. 이 단지는 지하 5층~지상 49층, 5개 동, 817가구(오피스텔 포함) 규모다.
남산역 화성파크드림과 범어 센트럴 푸르지오는 도심 입지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달성군을 비롯해 대구 외곽에서부터 냉랭해지고 있는 대구 부동산 시장을 도심에서 어느 정도 수성해 줄지 관심을 모았다.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이진우 소장은 "최근 분양한 도심의 두 아파트 단지의 분양 성적이 침체기로 접어든 대구 시장을 지탱하는 마지노선이었다"며 "이들 단지마저 성적이 나빴을 경우 지역 분양 시장은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짙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범어 센트럴 푸르지오는 10년 만에 등장한 주상복합아파트란 점에서 대구 부동산 시장의 상투가 될지, 아니면 새 동력이 될지 더 큰 시선이 쏠렸다. 과거 대구는 분양 열기가 정점일 때 대형 주상복합아파트가 속속 분양됐고 미분양 사태가 이어져 전체 분양 시장의 '레임덕'을 불렀다. 지역 한 건설사 대표는 "대구는 2000년대 초'중반 절정을 이뤘던 아파트 분양 경기가 두산위브더제니스 분양 시점인 2005년부터 서서히 식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곤두박질쳤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 상황은 그때와는 다르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아파트들은 실수요자 중심의 중소형 실속형 아파트여서 당분간 대구 도심의 분양 시장이 지탱할 것이란 분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00년대 중'후반의 대구 부동산 시장의 실패는 과열된 시장만 믿고 건설사마다 분양가 높이기에만 급급해 자초한 결과"라며 "현재 시장은 한번 시행착오를 겪은 건설사들이 지속 가능한 시장 상황을 일정부분 염두에 두어 급속한 시장 침체를 예측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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