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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오적(五賊)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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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이라 장안 한복판에 다섯 도둑이 모여 살았겄다…(중략) 으리으리 꽃궁궐에 밤낮으로 풍악이 질펀 떡치는 소리 쿵떡'.

판소리풍으로 시작하는 김지하의 '오적'(五賊)은 풍자시의 최고봉으로 유명하다. 1970년대 부정부패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대표적 인물형을 '을사오적'에 빗댄 걸작이다. 이 시에 등장하는 '오적'은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이다. '오적'이 추구하는 것은 자신의 돈벌이와 출세뿐이다. 국민의 삶이나 공공의 이익은 안중에 없다. 그때나 지금이나 전혀 달라진 것이 없으니 씁쓸해진다.

이 시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은 결말 부분이다. 포도대장과 오적은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벼락을 맞고 급살한다. 시 전체가 해학적이면서 격렬하고 비장하게 전개되다가 갑자기 천벌을 받고 끝이 나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김지하의 '오적' 이후 시대 상황, 사회 환경에 따라 숱한 '오적'이 만들어졌다가 곧 잊혔다. 가장 유명한 것은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한 '광주 오적'이다. 전두환, 정호용, 노태우, 박준병, 이희성을 지칭한다. 김대중 정권 때 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성균관대 김태동 교수가 1995년에 쓴 '신오적'이 있다. 그가 꼽은 '신오적'은 '언도(言盜'언론), 환도(環盜'공해범), 지도(地盜'부동산 투기범), 공도(公盜'공무원), 법도(法盜'판검사, 변호사)였다. 재벌이 빠진 것을 볼 때 경제학자다운 도둑 분류법이다.

며칠 전부터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를 빗댄 '참패 오적'이 유행 중이다. 독선과 불통의 박근혜 대통령, 칼을 휘두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옥새 파동'의 김무성 전 대표, '진박 마케팅'의 기획자 최경환 의원, 막말 파문의 윤상현 의원이 그들이다. 어디 그들뿐일까. 서청원'이인제 최고위원 등도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으니 '참패 오적'에 넣어야 마땅하다. 정치 원로로서 조정과 화합에 나서야 할 분들이 박 대통령의 그늘 아래에서 권력의 달콤함에 취해 있던 잘못이 크지 않은가.

앞으로도 자신의 영달을 위해 사회를 수렁에 빠트리는 자는 '오적'으로 분류되고 그렇게 회자할 것이다. 우리가 마음속에 꼽는 대한민국의 진정한 '오적'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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