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년간 인상률 292% 세계 최고
한국의원 급여 獨·佛·英보다 높아
총선서 민생·서민 경제 부르짖던 각 정당
특권 내려놓겠다는 약속 먼저 지켜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고 나니 이야깃거리가 넘친다. 집권당이 제1당 자리를 내주고 신생 정당이 돌풍을 일으키는가 하면, 묻지마 투표가 대세였던 대구경북에서 선거 혁명이 일어났으니 가히 정치의 지각 변동이라 할 만하다. 이러다 보니 공'사석을 막론하고 각 당의 공천에 얽힌 일화나 의석수 변화에 따른 향후 정치 게임, 국회의장이나 상임위원장 같은 국회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입법권이 있고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이 있으니 의석수 변화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는 하나, 공천과 관련해서는 다른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국회의원이 뭐기에 그렇게 처절하게 공천 다툼을 벌이는가? 왜 국회의원이란 자리가 그렇게 돋보이는가? 마음 한구석에 그래도 국민을 위해 정치 철학을 펴고 싶어서 그럴 것이라고 일단은 믿고 싶지만, 현실을 보면 그들에게 그렇게나 많은 특권이 주어지지 않아도 국민이 진저리칠 정도로 벌이는 공천 싸움에 나서려고 할까 하는 원초적 물음을 품게 된다.
회기 중에는 죄가 있어도 함부로 체포할 수가 없고, 망언을 하든 거짓말을 하든 공식 의회에서 했다면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 급여 외에 입법 활동비를 받으며, 회기 중에는 회의 일당을 받으면서도 최상급의 버스, 기차와 비즈니스석 항공료를 지원받는다. 의정활동 스트레스 풀라고 사우나까지 갖추어 주었다. 그래도 할 일을 하라고 주는 업무 추진비이고 목욕탕 안에서라도 여야 간 대화의 장이 마련되니 일견 타당성이 있다. 운전기사 포함해서 국민 세금으로 급여를 대주는 4~9급까지의 보좌진을 7명까지 둘 수 있다.
일이라도 제대로 하고,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국회도서관을 활용해서 정책 연구라도 활발히 한다면 이 또한 나무랄 일이 아니다. 1년 내내 싸움질만 하고, 법률 제정 제때 하지 못하고 선거 때나 시장 가 보고, 전철 타는 연기나 하면서 자기 일가친척을 그 어렵다는 보좌진 공무원으로 채용하려는 그런 의원에게까지 이런 대접을 하는 것이 옳을까? 툭하면 무슨 벤치마킹을 구실로 나랏돈으로 관광성 외유를 떠난다. 국회의원쯤 되면 이런 식의 외유를 가도 현지 대사관 직원들은 교민 돌봐야 할 시간에 장관 이상의 의전과 대접을 해드려야 한다. 벤치마킹이라도 제대로 하고 보고서라도 제대로 내는가? 회기 중에는 장'차관까지 불러세워야 직성이 풀리는 그런 권위를 스스로 내세우고 있다.
OECD 국가 중에 의원 평균 급여가 우리보다 많은 나라는 미국과 일본뿐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같이 우리가 늘 비교 대상으로 삼는 나라의 의원님들은 우리보다 낮다. 그리고 의원 급여를 스스로 결정하는 나라도 한국과 독일뿐이다. 한국 의원의 최근 20년간 급여 인상률은 292%로 세계 최고다. 영국은 의회윤리감시기구에서 의원 급여를 정하고, 아프리카 몇몇 나라는 회의 출석에 따라 보수를 정한다. 공산국이니 단순 비교하긴 어렵지만, 쿠바는 의회 진출 이전 직장에서 받던 급여 수준으로 책정한다. 중남미의 대표적 민주국가인 코스타리카도 얼마 전까지 우리처럼 과도한 급여에 매 6개월마다 5%씩 의원 급여를 인상해오다가 스스로 반성하여, 여야 만장일치로 물가인상률 이상 못 넘게 못을 박는 자기 개혁을 단행하였다.
몇 해 전에 대구를 방문했던 스페인 하원의원단 일행을 안내한 적이 있었다. 자기들은 스스로 운전해 등원한다면서 한국 국회의원의 위치와 권위에 눈이 휘둥그레지게 놀라던 그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월 600만~700만원 하는 급여 이외에는 차 기름값도 없단다. 40~50평은 됨직한 의원실 같은 것은 꿈도 못 꾼다. 이번에 민생과 서민 경제를 부르짖던 1, 2, 3당 모두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하고 주장하였다. 당직, 국회직 분배보다 이것부터 당장 실천에 옮겼으면 한다. 명색이 세계 13위 경제 대국이라는 우리나라의 정치가 중남미나 아프리카보다 후진적일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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