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종시 통신] 아! 이해찬, 세종의 선택

이번 총선에서 대구 못지않게 전국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지역이 세종시였다. 여야 지지 성향이 딱 절반에 가까울 정도여서 어느 당이 당선되느냐가 관심의 초점이었다. 국회의원도 한 명이어서 무승부 없는 단판 승부였으나, 무소속 이해찬 19대 국회의원이 싱겁게 끝을 냈다.

이 의원의 선거 초반 판세는 매우 불리했다. 신생도시에 따르는 불편함 때문에 갖가지 비난에 시달리는 한편 그를 둘러싼 괴담까지 들렸다.

그 가운데 하나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소문이었다. 지역의 한 유력 기자가 이 의원의 측근을 통해 "어제 만난 사람도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을 듣고 의혹이 증폭된 것이다. 민청학련으로 투옥될 당시 고문에 의한 후유증과 평소 즐겨 마신 술이 원인일 것이라는 그럴싸한 근거까지 뒤를 이었다.

또 다른 비난 여론으로 '세종시를 호남 판으로 만들었다'는 말이 회자됐다. 민주당 출신이어서 세종시의 각종 이권과 인사에 호남 인사를 대거 심어놨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 정권과 교감을 이룰 사람이 없어 발전이 더디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이 의원이 투표인수의 절반에 가까운 득표를 하면서 싱겁게 끝이 났다. 친정인 민주당조차 솎아낸(?) 인사가 야권 분열이라는 수세 속에서도 여당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친 것이다.

선거 종반 불었던 여당 심판론이나 여권의 내부분열도 한몫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역 대표성과 내부 경쟁력은 인정할 만하다.

우선 그는 세종과 친밀도를 높이기 위해 세종시가 건설되자마자 전동면이란 조그만 동네에 직접 집을 지어 부인과 함께 이사를 했다. 해당 지역에 살지 않으면서 지역의 대표주자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인 김정옥 씨의 그림자 내조도 이 의원의 당선을 거들었다는 후문이다. 그녀는 자신의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기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아 이 의원에 대한 불륜 소문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화여대 출신인 김 씨는 이 의원과 민청학련 투옥 전 만나 옥바라지를 했다. 결혼 후 이 의원이 김대중 내란 음모에 연루돼 3년간 투옥할 당시에는 생계를 도맡았다. 출판사부터 곰탕집까지 닥치는 대로 해야만 했다. 좋은 학벌에 억척스러운 면모도 있지만 총리'국회의원 사모님을 지내면서 지금까지 그녀의 튀는 모습을 본 이는 아무도 없다.

이 의원의 세종시 재선은 외풍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세종시 건설 이후 처음으로 예산 3천억원 시대를 맞게 하는 한편 지역밀착도를 높인 평소 노력과 숨은 내조자가 그의 역전승을 가능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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