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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고통 덜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겁니다"…막내딸 림프암 진단받은 권정수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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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딸이 림프암으로 병원에 입원한 권정수(가명
최근 딸이 림프암으로 병원에 입원한 권정수(가명'58) 씨는 앞으로 필요한 병원비에 걱정이 크다. 허현정 기자

권정수(가명'58) 씨는 얼마 전 막내딸이 서울에서 병원 생활을 시작한 후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평소 건강에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고등학생인 딸은 갑자기 복부 통증을 호소했다. 당연히 큰 병은 아닐 것으로 생각하고 찾은 병원에서는 림프암 진단을 받았다. 딸이 아프고 나서부터 정수 씨의 생활은 확 바뀌었다. 딸이 입원한 서울과 부모님, 큰아이가 있는 대구를 수시로 오가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의 생활을 하고 있다. 대리운전, 아르바이트 등 그동안 틈틈이 했던 일도 이제는 그만둬야 할 상황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형편에 어린 딸이 투병생활을 하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에요. 딸이 치료를 무사히 받고 건강 걱정만은 안 했으면 좋겠어요."

◆잘나갔던 젊은 시절

정수 씨는 젊은 시절에만 해도 남부럽지 않은 평범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결혼 전 입사한 회사에서는 10년 넘게 근무하다 본인 사업을 하고 싶어 그만뒀다. 퇴사 후에는 만두, 국수 면 등을 만드는 식품공장을 차렸는데 나날이 성장을 거듭했다. 정수 씨는 직원들을 여럿 거느린 공장 대표로 자리 잡았고, 유명 식당에 납품할 정도로 공장을 키우는 데도 성공했다.

그러다 정수 씨가 이룬 게 한 번에 무너진 사건이 있었다. 2004년 발생한 쓰레기 만두 파동은 수많은 식품업체를 도산으로 몰고 갔다. 정수 씨의 공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출, 마트 납품 등 모든 게 끊겼고 정수 씨의 공장은 결국 얼마 버티지 못했다. 젊은 시절부터 쌓아 온 노력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40대 중반이란 나이에 모든 것을 잃고 갈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공장 아르바이트, 대리운전 등을 전전하며 부지런히 돈을 벌어도 불어나는 빚과 이자를 갚기엔 역부족이었다.

불행은 연이어 일어났다. 아내마저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떠난 것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던 두 아이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스트레스 때문에 정수 씨는 그때부터 류머티즘 관절염을 앓기 시작했다. 하지만 잃을 것이 없었던 만큼 힘들거나 우울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두 아이를 혼자 힘으로 키워야 해 더욱 이를 악물었고, 돈이 되는 일은 무엇이든 했다.

"아이들이 있으니 아빠로서 고생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몸 하나 희생하는 것은 몇 번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딸의 암 발병으로 절망

그러다 정수 씨는 최근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을 겪었다. 특별히 건강에 이상이 없던 둘째 딸이 갑자기 쓰러져 암 진단을 받은 것이다. 딸은 올해 초부터 소화가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하더니 살이 눈에 띄게 빠졌고 급기야 복부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2주간 입원까지 하며 검사를 받았지만 그곳에선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했다. '더 큰 병원에 가야 한다'는 말뿐이었다. 결국 국내에서 가장 알아준다는 병원으로 옮겨 림프암 2기 진단을 받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서울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 번에 수백만원은 쉽게 깨졌다. 각종 검사료, 특진비, 밥을 소화시키지 못해 한 삽관 시술 등으로 일주일 만에 600만원이 넘는 돈을 내야 했다.

또 다인실이 부족하다 보니 돌아가며 하루 40만원이 넘는 1인실에도 한 달에 며칠씩은 입원해 있어야 했다.

정수 씨는 앞으로가 걱정이다. 당장은 항암치료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수술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 비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정수 씨의 가정으로 나오는 한 달 지원금은 80만원 정도. 집세와 각종 공과금을 내고 나면 치료비를 마련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상황이다.

"몇 번이고 아이의 병을 대신해주고 싶어요. 아이가 시련을 겪는 모습을 봐야 하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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