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금호강변은 꽃 천지다
일요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습관처럼 텔레비전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일찌감치 집을 나서 아파트 앞 강변둔치에 나가 보았다. 이른 아침의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하다. 며칠 전에 내린 봄비로 공기는 더없이 맑고 깨끗해진 것 같다.
멀리 금호강 강둑을 따라 노랗게 피어 있는 유채꽃의 꽃물결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일부러 꽃씨를 뿌렸는지 아니면 저절로 피어난 것인지 금호강변은 지금 노란 꽃 천지다. 자전거를 타고 달리던 한 중년의 아저씨는 연신 휴대전화로 그 꽃을 찰칵찰칵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다. 초등학교 삼사학년으로 보이는 아주 귀여운 소년은 걷지 않고 계속 달려가다가, 가던 길을 다시 달려와 뒤따라오는 아빠에게로 돌아가기를 반복하면서 지칠 줄도 모르고 마냥 신이 난 모습이다.
빠른 걸음으로 걷는 사람들 틈에 섞여 나도 걸음을 빨리하며 걷다 보니 온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한동안 벤치에 앉아 땀을 식히고 앉아 있노라니 마음속 찌꺼기처럼 남아 나를 괴롭히던 속상한 일들이 '실은 별일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이런저런 일들로 온 집안이 한동안 시끌시끌하고, 머리가 지끈지끈하였다. 집안의 큰일을 앞두고 일일이 신경 쓰다 보니 없으면 없다고, 많으면 많다고 툴툴거리기도 하고, 사소한 것 하나에 언성을 높여 다투기도 하였다. 결국 이 사람, 저 사람을 건너온 서운한 말 한마디가 가슴에 비수처럼 꽂혀 밤잠을 설치기도 하였다. 힘을 합쳐도 될까 말까 한 상황에서 서로 입장만을 너무 내세웠다. 옛말에 '호사다마'라고 좋은 일에는 방해가 많이 따른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까지의 분란은 좋은 일을 이루려고 겪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느 순간 이렇게 마음을 바꿔 먹고 나니 한동안 괴롭히던 서운함이 봄 눈 녹듯 스르르 풀리고 만다.
조팝나무꽃이 새하얗게 피어 있는 금호강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니 문득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나 하는 생각에 새삼 너무 행복하다. 우울했던 마음을 가다듬고,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말고, 서두르지도 말고, 내 몫을 묵묵히 해나가리라.결국 모든 건 마음먹기에 달렸나 보다.
장분남(경산시 금호강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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