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
김이만
제비 둘 벌레 물고 제 배고픔 참으면서
참 괴롭게 왔다 갔다 새끼 배를 채워주네
날개가 돋고 나면 높이 날아 가버리니
어버이 그 큰 사랑 다 아는 건 아니로세
雙燕銜蟲自忍飢(쌍연함충자인기)
往來辛苦哺其兒(왕래신고포기아)
看成羽翼高飛去(간성비익고비거)
未必能知父母慈(미필능지부모자)
*원제: [쌍연(雙燕)]
우리나라의 아들딸들아. '어버이 친(親)'자를 한 번 살펴봐라. 살펴보면 금방 알겠지만, 나무[木] 위에 서서[立] 바라보는[見] 사람이 바로 어버이다. 왜 그러냐고? 여기 집 나간 자식을 둔 어버이가 있다 하자. 그 자식이 돌아오기를 마당에 나와서 기다리다가… 대문 밖에 나와서 기다리다가… 동구 밖에 나와서 기다리다가… 급기야는 동구 밖에 우람하게 서 있는 정자나무의 제일 높은 꼭대기에 올라가서, 짧은 목 길게 빼고 애가 다 타도록 바라보는 분이 바로 어버이이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어버이 친'자는 가슴에 쿵, 하고 큰 돌이 떨어지는 실로 감동적인 단 한 자짜리 장편 서사시다.
'시크리드라는 이름의 물고기는/ 갓 부화한 새끼들을 제 입속에 넣어 기른다/ 새끼들의 안전한 보금자리로/ 그들은 자신의 입을 선택한 것이다/ 어린 자식들을 미소처럼 머금은/ 시크리드 물고기'(유하, '삼킬 수 없는 노래'의 일부). 어디 시크리드라는 물고기만 그럴까. 이 세상 모든 어미와 아비들이 시크리드라는 물고기와 다를 바가 아무것도 없다.
조선 후기의 시인 김이만(金履萬'1683~1758)의 시에 등장하는 제비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금 제비들의 입속에는 맛있는 벌레가 들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배가 하도 고파 배 속에서 연신 꼬르륵 꼬르륵 소리가 난다. 정말 먹고 싶어 환장할 지경이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입속에 든 벌레를 차마 먹어버릴 수가 없다. 먹으면 내 배는 부르겠지만, 새끼들의 배가 고프게 될 터이기 때문이다. 읍내 시장에서 큰 수박 하나 사서 머리에 이고 20리나 되는 시골길을 터벅터벅 걸어서 돌아오시던, 그 옛날 우리네 어머니의 심정도 이와 다를 바가 하나도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비들은 날개가 돋는 순간 제 갈 길을 따라 어디론가 훨훨 날아가 버린다. 고향에서는 늙어 빠진 아비와 어미가 오지 않는 자식을 애가 다 타도록 기다리며 산다.
이제 곧 어버이날이 다가오게 되면, 우리나라의 모든 어버이들은 동구 밖에 있는 정자나무 꼭대기, 그 제일 높은 곳으로 일제히 올라가시게 되어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제비들아, 이번에는 서둘러서 고향으로 돌아가자. 우리들의 늙으신 어버이를 동구나무 꼭대기, 그 아찔하도록 위험한 곳에서 너무 오래도록 서 계시게 할 수는 없지 않으냐. 그러지 않아도 허리, 무릎, 다리 안 아프신 데가 한군데도 없는데.
시인'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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