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생충도 생존전략…사람도 '나만의 양식' 갖출 때 경쟁력"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 단국대 의대 기생충학 서민 교수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존전략을 세운 기생충들은 오래 살아남았습니다. 알고 보면 기생충에게서도 배울 것이 매우 많습니다."

30일 오후 7시 매일신문사 8층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에 단국대 의과대학 서민 교수가 '기생충과 독서'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서 교수는 서울대 기생충학 박사로 딴지일보'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저서로 '서민의 기생충 열전'(2013), '서민적 글쓰기'(2015) 등이 있다.

학창시절 '못난 얼굴' 때문에 친구를 웃기는 재미로 살던 서 교수는 대학 때 취미로 소설책을 출간했다가 낮은 판매고를 올린 일을 계기로 글쓰기에 대한 오기와 욕심이 생겼다.

달력에 책 읽은 기록을 남기는 '독서 달력'을 만들며 10여 년간 블로그에 하루 2편씩 글을 쓰는 등 글쓰기에 매진했다. 이후 전공을 살려 네이버 '오늘의 과학'에 기생충에 대한 정보 8할, 유머 2할을 버무린 글을 연재하기 시작했고, 이 글이 '서민의 기생충 열전'이라는 책으로 출간되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서 교수는 "기생충의 생존전략 가운데 사람이 배울 만한 것이 많다"며 "자신만의 전파 방식을 개발한 요충은 하수처리 시설이 발달한 현재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기생을 이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경우 기생충은 자손 번식을 목표로 하므로 숙주를 괴롭히지 않는다. 인체 내에서 자라는 기생충이 개체 수가 지나치게 증가하는 일을 막고자 대변을 통해 알을 인체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에 와서 이런 기생충들은 대변에 의한 2차 전파가 극히 줄어든 탓에 쉽게 살아남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요충은 자신의 몸속에 알을 가득 채운 뒤 항문에 알을 낳고, 항문이 가렵도록 하는 분비물을 뿌린다. 사람이 항문을 긁으면 알이 다른 사람에게로 옮겨 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물에서 짝짓기와 산란을 하는 연가시와 메니다충은 각각 숙주인 벌레가 목이 마르도록 하거나 인간의 발에 수포를 만들어 물가로 가게끔 유도한 뒤 물에 도착하자마자 체외로 빠져나간다.

서 교수는 "사람도 기생충의 생존 전략을 배울 필요가 있다. 주혈흡충 수컷은 암컷을 평생 몸 안에 품고서 온갖 궂은일을 다 하고, 바람도 안 피우며 평생 암컷에 헌신한다. 사람들도 일과 돈을 이유로 남녀를 갈라 싸울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해 자신만의 양식을 갖추면 좋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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