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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세균 국회의장의 '청년세법', 입법 만능주의의 전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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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이 청년 취업난 해결을 위해 '청년세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법인세 납부 대상 기업을 대상으로 10년간 순이익 1억원을 초과한 금액의 1%를 '청년세'로 걷는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연간 1조6천여억원의 재원을 마련해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에 활용한다는 것이 정 의장의 구상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심각한 청년 실업 문제의 책임을 기업에 떠넘긴다는 점에서 그렇다. 청년 실업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청년 일자리 지원사업을 하려면 정부 재정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재원을 기업에 떠넘기는 것은 책임 회피다. '헬조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청년 실업이 심각한 상황이지만 문제를 이런 식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동의 없는 과세라는 점에서 정당성이 없다. 세금을 걷으려면 납세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것이 민주국가의 기본 운영 원리다. 그러나 '청년세법'은 세금을 낼 기업의 동의는커녕 청년세 부과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그 대상 기업의 기준은 어떻게 정해야 할지에 대한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 국회가 정한 법이면 무조건 법이라는 입법 만능주의의 여과없는 표출이다.

이런 예는 수도 없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가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부활시킨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이다. 일정 규모 이상 민간기업에 대해 매년 정원의 3% 이상 청년 고용을 의무화한다는 내용이다. 이는 고용을 늘리거나 줄이는 것은 오직 기업이 판단할 문제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위헌 소지도 엿보인다.

국회가 청년 고용 등 민생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옳다. 하지만 그런 노력도 민주적 자본주의의 대원칙을 어겨서는 안 된다. 청년 실업난 해소를 내세워 동의 없이 기업에 새로 세금을 부과하거나 경영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일정 규모 이상으로 청년 고용을 강제하는 것은 입법이란 이름을 빌린 독재나 마찬가지다. 국회의원들은 국회가 만들면 무조건 법이라는 착각에서 속히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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