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섭지만 끌린다, 조각으로 표현된, 인간의 감정 변화

천성명 '그림자를 삼키다'전…23일까지 우손갤러리서 열어

천성명 작가의 작품
천성명 작가의 작품

'얼굴에서 허무가 뚝뚝 떨어진다. 어디선가 죽도록 얻어맞은 모습이다. 눈두덩이는 부어올랐고 입술 부분에도 한 대 얻어맞았는지 피가 나고 부풀었다. 가슴팍 상처에선 피가 흐른다. 그러나 그리 아프진 않은 표정을 짓고 있다. 원망과 체념이 담긴 눈빛은 보는 이로 하여금 미안함을 느끼게 한다.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입을 헤벌리고 있는 괴물 같은 그 남자가 무섭지만 자꾸만 마음이 끌린다.'

흑백의 하드코어 영화나 연극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조각 설치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조각가 천성명 작가의 작품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천 작가의 개인전이 '그림자를 삼키다'(Swallowing the Shadow)란 제목으로 우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그림자를 삼키다'는 '이름 없는 숲'을 배경으로 '사내'로 명명되는 주인공과 안내자 역할을 하는 여자, 그리고 숲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관찰하는 새 모양 형상의 인물 이야기로 구성된 작품이다. 자신에게서 비롯된 그림자를 스스로 받아들이는 과정과 그것에서 발생하는 상처를 통해 자아를 찾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오에서 밤, 새벽을 지나 아침에서 다시 정오까지 하루 동안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 작업은 이야기와 조각, 설치, 사진, 회화, 음향 등의 다양한 표현 방법이 서로 보완하며 진행되는 총체적 작업이다.

우손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작업은 정오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어두운 밤을 지나 새벽으로 이어지는 부분이다. 여기서 새벽은, 대지 저편에서 낮게 올라오는 빛과 상대적으로 짙고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통해, 등장인물 간의 얽혀 있는 유혹과 욕망의 감정들이 단계적으로 매몰되는 과정을 표현하고 있다. 1층은 흑백의 공간이며, 2층은 새벽빛을 받으며 색이 입혀지는 과정으로 컬러 작품들이 설치됐다.

전시는 12월 23일(금)까지. 053)427-7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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