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공방이 뜨겁다. 최순실-차은택 대통령 측근 실세 의혹 비리 게이트. 야당이 붙인 제목은 길다. 청와대는 단칼에 부인한다. 음해 정치 공세 비방 폭로성 발언이란 건 여권이 치는 방어막이자 가이드라인이다. 레임덕이니 4년차 징크스라느니 갖가지 해석이 난무한다. 분명한 건 박근혜정부에 대한 신뢰가 악화일로에 있다는 거다. 여론 전문가들은 반등의 기회도 시간도 없을 거라고 입을 모은다. 청와대와 여당은 음해성 정치 공세가 끝나면 반등할 거라는 기대감을 표시하지만 4명 중 1명의 지지를 받는다는 조사 결과가 용할 정도라고까지 한다. 철옹성, 콘크리트라는 대구경북의 장'노년층에서도 고개를 가로젓는 이가 적지 않은 걸 보면 영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다.
이 와중에 2007년 유엔 대북 인권결의안에 대해 야권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문재인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북한 의견을 들었느냐를 두고 새로운 전선이 형성됐다. 기가 막힌 타이밍이다. 실세 비리 게이트 물타기라는 야당의 반발이 거세지만, 수세로 일관하던 여권이 일제히 제1야당을 향해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치권 조어(造語)의 대가들이 동원되자 종북(從北)을 넘은 종복(從僕)이라는 막말이 튀어나왔다. 내통도 모자라 결재라는 단어까지 동원된다. 출발이야 어찌 됐든, 결재나 내통, 종복까지야 아니겠지만 그냥 넘어갈 일도 아니다. 매듭을 지어야 할 문제다.
이처럼 큰 두 줄기의 전선이 형성돼 있다. 한쪽에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 최순실의 전 남편 정윤회, 우병우의 아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계자 등이 곁가지로 붙어 있다. 잘못이 없으면 숨지 말고 당당하게 나서면 될 일이다. 악을 쓰며 반격을 한다고 있는 진실이 없어지고 거짓과 뒤바뀔 수는 없다. 매를 맞더라도 권력을 쥐고 있을 때라야 덜 맞을 텐데 라는 호사가들 입방아도 나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송민순, 이재정, 김만복, 김장수, 백종천 등 노무현정부 핵심 관계자들 이름이 다수 포진돼 있다. 이들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쌍곡선이 그려진다. 배경을 두고도 말이 많다. 그러나 간단한 일이다. 복잡할 수가 없다. 진실은 언제나 하나이기 때문이다. 송민순은 "진실은 어디 가지 않는다"고 했다. 딱 맞는 말이다. 진실을 찾아나가면 될 일이다. 했느냐 안 했느냐 언제 했느냐는 건 팩트다.
성서에서도 '감춰진 것은 당장에는 드러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드러나게 마련'이라고 했다. 가장 존경받는 미국 대통령인 링컨도 "거짓이 잠깐은 통할 수 있지만 영원히 통할 수는 없다. 속이려 해도 감추려 해도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며 진실의 힘을 강조했다. 인용하는 김에 중국 고사도 살펴보자. '사지'라는 게 있다.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말이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는 이야기다. 천지(天知) 지지(地知) 자지(子知) 아지(我知)라고 해서 사지(四知)다. 진실은 숨길 수 없다는 말이다.
물론 잠시 감추고 숨기고 왜곡할 수는 있다. 시차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칼자루를 잡고 있는 쪽의 잘못은 쉬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무작정 오래가지도 않는다.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아도 다 드러나게 돼 있다. 현재 권력에 '몰빵'하는 검찰 생리상 2018년이면 박근혜정부도 과거 권력이 된다. 지금처럼 짝짜꿍이 잘 될 리 없다. 잘 보여야 할 상대는 이미 바뀐 뒤다. 이 정권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지금 벌어지는 진실 공방이 안쓰럽다. 어차피 다 드러나고, 다치고, 가진 것 잃고, 망신당할 게 뻔한데.
같은 뜻이지만 조금 속된 표현도 있다. "바퀴벌레와 구린내는 없앨 수 없다. 스멀스멀 기어 나오게 마련이다." 장삼이사(張三李四)도 아는 세상사 이치를 왜 칼을 쥐고, 돈을 쥐고, 힘을 가진 이들은 모르는 걸까?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