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법 절차는 복잡하고 오래 걸려
국민은 당장 할 수 있는 '하야' 촉구
헌법 테두리 내에서 책임총리 선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난국 수습을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지 모를 만큼 국내외에 이변이 벌어졌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가진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성실함 또는 진실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의 외모는 순박하였고 '대통령의 딸'로서 '귀태'가 있어서, 국민의 사랑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정에는 왜 그런지 항상 잔잔한 슬픔이 스며 있었다. 다른 집의 딸들은 시집갈 준비에 바쁠 그런 나이에, 전 국민의 존경을 받던 어머니 육영수 여사가 총에 맞아 졸지에 세상을 떠났고,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심복으로 알려졌던 김재규가 발사한 흉탄에 맞아 쓰러져 유명을 달리하게 되었으니 그걸 다 겪은 딸의 얼굴에 애수가 서려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최순실 사건'이 터진 후로는 국민의 생각이 돌변하였다. "왜 소통이 이렇게도 되지 않는가?" 하며 나라를 위해 걱정하던 많은 사람들이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뇌까리면서 "저 여자 때문이었어"라고 덧붙인다. 우리 대통령에게 가장 가까웠던 인물이 바로 오직 최태민의 딸 최순실이었음이 밝혀지자 "탄핵하라" "하야하라"고 적힌 종잇조각을 들고 나와 각자의 억울한 심정을 털어놓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게 된 것이다.
'대통령 탄핵'은 법의 절차를 따라 복잡하고도 시일이 엄청 오래 걸리지만 '하야'는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 4'19를 겪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며칠 뒤에, "국민이 원한다면…"이라는 고별사 한마디를 남기고 경무대를 떠났다. 그 뒤에 야당이던 민주당이 집권하고, '만병통치'의 명약으로 내세우던 내각책임제 개헌안이 통과되었다. 그러나 장면 정권은 잇따른 혼란을 수습하지 못하여 사회적 혼란이 극심하였다.
육사 8기생들이 김종필을 중심으로 뭉쳤고 그들은 군에서 신망이 두텁던 육군 소장 박정희를 '지도자'로 모시고 5'16을 감행하였다. 허약하던 민주당 정권은 그날 새벽에 백기를 들었다. '모든 권력'은 국가재건최고회의로 송두리째 넘어갔다가 18년 뒤인 1979년 10월 26일 김재규가 방아쇠를 당긴 권총 한 자루의 흉탄이 '그때 그 사람'의 파란만장했던 삶에 종지부를 찍었다. 그리고 또 37년의 긴 세월이 흐르고 대한민국은 다시 혼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절망적인가? 그렇지 않다. 국민은 대통령 하야를 촉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 권리도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의 해법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밟아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실은 첫 번째 담화문(사과문)을 발표하며 자기 자신의 '불찰'을 고백하고 나서, "나 하야하겠습니다"라고 단호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어야 한다. "앞으로는 헌법의 절차에 따라 만사를 결정하고 집행하세요." 대통령은 자기에게 던져진 공을 받아서 곧 국민에게 던졌어야 한다. 박근혜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기 때문에 '하야'를 고집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고 예절이기도 하다.
그런 좋은 기회는 식견 부족으로 놓치고 말았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일까? 대통령은 여당인 새누리당을 해산하라고 '명령'해야 한다. 당적을 포기하기 전에 평당원들을 설득하여 지난 4년 가까이 정치를 잘못한 책임을 지고 그 당은 일단 흩어지는 것이 마땅하다.
그다음은 대통령중심제의 헌법이지만 내각책임제를 법의 테두리 안에서 감행해야 한다. 여야가 합의하여 국회에서 거국내각을 만들면 어떠냐고 대통령이 제의하니 야당 대표들이 모조리 거부한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해법은 무엇인가? 여당만 아니라 야당들도 해산해도 좋다는 그런 심정으로 현실에 임해야 한다. 대통령 자리를 노리고 간사한 표정으로 국민을 대하는 몇몇 인간들의 찡그린 얼굴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그런 관상들을 가지고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것은 주제넘은 생각이 아닌가.
국민투표(여론조사기관)를 통해 정치에 전혀 무관한 각계각층의 인사들 12인을 선출하게 하라. 그들로 하여금 책임총리를 선출케 하라. 대통령은 하야하고 그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이 난국을 수습하게 하라!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