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두달 넘게 멈춘 월성원전 4개…전력수급 안정돼 무용론 대두

재가동 반대 목청 다시 거세

지난 9월 12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강진으로 가동중단된 경주의 원전 4기(월성1~4호기)가 두 달 넘게 재가동을 못하고 있다. 특정 원전의 호기가 동시에 모두 가동 중단된 채 있는 것은 1978년 부산의 고리 1호기가 우리나라에서 첫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

사실상 국정 운영이 마비되면서 원전 가동 결정을 이뤄낼 컨트롤타워가 무너진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오랜 원전 가동 중단에도 불구하고 전력수급에 이상이 없어 '원전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2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 따르면 원전 4기에 대한 재가동승인 요청을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에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원전 재가동은 한수원이 재가동 승인 요청을 하면 원안위가 승인 후 재가동이 이뤄지는 구조다.

본격적인 겨울철을 앞두고 월성원전 재가동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이지만 재가동이 무한정 미뤄지면서 갖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수원은 일단 다음 달 5일 계획예방정비가 끝나는 월성4호기에 맞춰 동시 가동을 추후 조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월성1~3호기는 지진 충격 후 안전계통 점검과 시험이 마무리됐고, 월성4호기는 열흘 뒤면 계획예방정비가 끝난다. 통상적으로 계획예방정비가 끝나는 동시에 원전이 재가동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성4호기에 맞춰 나머지 월성3호기도 재가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6일 김용환 원안위 위원장이 종합누설률시험(ILRT'원전구조물 건전성 시험 및 종합 누설률 시험)을 수행 중인 월성1호기 현장을 방문해 지진 이후 조치 상황을 보고받았다. 이번 방문은 노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을 규제당국 수장이 직접 불식시켜보겠다는 의미로 해석됐지만, 재가동 결정을 위한 가시적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

중앙정부의 '결정'이 자꾸만 유보되면서 월성원전 재가동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다시 높아지는 중이다. 이미 충분한 전력 공급 능력이 확보된데다 전력수요도 정체라는 점에서 월성1~4호기 재가동이 효율성 측면에서 시급한 문제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지난달 말 기준 국내 발전설비 총량은 약 103GW(1억300만㎾)로, 고장'정비 설비를 제외해도 항상 85GW 이상의 발전력이 유지되고 있다.

경주월성원전'방폐장민간환경감시기구 한 관계자는 "노후원전에 대한 안전을 주민들에게 100% 공개하고 신뢰를 형성하지 않은 상황에서 재가동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가동중단돼도)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지 않으냐"며 "국내발전총량에다 가동될 발전소 현황을 고려해 봤을 때 월성원전 가동이 동계 전력수급에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가동이 중단된 월성원전의 설비 용량은 1호기가 679㎿, 2~4호기 각각 700㎿로 전체 설비규모는 2천77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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