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예언은 예언일 뿐인가

'1984년부터 우리나라 국운이 트이기 시작, 남북통일이 될 것이며 세계 변혁의 와중에서 우리 민족의 고대 활동 무대였던 만주가 다시 우리 땅이 될 것이다.' '월악산 영봉(靈峰) 위로 달이 뜨고 이 달빛이 물에 비치고 나면 30년쯤 뒤에 여자 임금이 나타난다. 여자 임금이 나오고 3~4년 있다가 통일이 된다.'

앞은 1983년 6월 6일 자 경향신문에 보도된 탄허 스님(1913~1983)의 생전 육성의 일부다. 그 해 6월 5일 스님이 입적하기 전인 3월 25일 진행된 스님과의 생전 인터뷰를 정리해 보도한 내용이다. 뒤는 1970년대 월악산 주변 식자층에 널리 퍼졌다는 스님의 통일 예언으로 소문난 말이다. 스님의 통일과 옛 땅에 대한 염원을 엿보게 하는 구절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특히 스님의 통일 예언이 큰 관심을 끈 것은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해서다. 월악산은 충북과 경북에 걸쳐 있다. 월악산 봉우리 영봉에 달이 떠도 주변에 물이 없는 탓에 달빛이 비칠 까닭이 없다. 그런데 1983년 주변에 충주댐이 생겨 달빛이 비쳤고 그로부터 30년 지난 2013년 박 대통령(여자 임금)이 취임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게다가 2014년 박 대통령은 1월 신년사와 3월 독일 연설을 통해 '통일은 대박'이라는 '통일 대박론'을 꺼냈다. 소문처럼 3~4년 시간이면 2015~2016년이 아닌가? 마침 1년 전인 지난해 11월, 노동운동가인 장기표 '통일2016포럼' 대표조차 '통일초코파이'라는 책을 내고 '한반도 통일전략 예언서'라는 안내 글까지 덧붙여 관심을 끌었다.

그런데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이목이 쏠렸던 대통령의 '통일 대박' 구상이 좌초해 빛을 잃었다. 당장 물러나라는 촛불 민심도 그렇지만 박 대통령 스스로도 버틸 동력이 없어져서다. 빛바랜 '통일 대박'이 아쉽고 안타깝다. '통일 대박'은 사실 우리 민족의 오랜 숙원인 '다물'(多勿)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이다.

김부식이 굳이 삼국사기에 '옛 땅을 되찾다'는 뜻의 고구려 옛말인 '다물'을 기록한 것은 바로 잃어버린 중국 고토(古土) 회복을 후세에 일깨워주기 위해서 일 것이다. 신라 이후 조선까지 이루지 못한 '다물'의 꿈은 일제 식민지배가 남긴 후유증인 남북 분단의 극복과 '통일'이 그 출발점이나 다름없다.

'다물' 과업의 첫 단추인 통일은 정녕 우리가 이루지 못할 꿈인가.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묻혀버린 '통일'의 열기도, 스님의 통일 예언도 빗나가 허망하게 끝나고 말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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