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고요를 찢듯 문이 열렸다. 평온해야 할 안방, 임신 8개월의 아내와 세 살배기 아들이 잠들어 있던 공간에 낯선 남성이 서 있었다. 불과 몇 분 사이 벌어진 침입은 한 가정을 산산이 부쉈다.
어린 아들을 깨우거나 해칠까 두려웠던 아내는 비명 한 번 제대로 지르지 못했다. 배 속의 아이와 곁에서 잠든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숨조차 삼켜야 했던 공포 속에서 몹쓸 짓은 벌어졌다.
뒤늦게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돌아온 남편은 울고 있는 아내를 마주하곤 무너지고 았다.
◇대낮, 3살 아들과 함께 있던 임산부 노렸다
여성을 노린 피고인 최모 씨의 범행은 한번이 아니었다. 2009년 1월 10일 오전 3시 50분께 인천 남구의 한 원룸에 침입했다. 현관문에 열쇠가 꽂혀 있는 것을 보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방 안에는 베트남 국적의 30대 여성이 혼자 있었다. 그는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고 눈을 가린 채 "소리 지르지 마"라고 협박하며 성폭행했다.
비극은 3년 뒤 되풀이됐다. 2012년 8월 12일 오후 2시 30분께 인천 남동구의 한 주택. 잠기지 않은 출입문을 열고 안방까지 들어간 최 씨는 임신 8개월의 A(26) 씨를 노렸다. 당시 방 안에는 생후 34개월 된 아들이 함께 낮잠을 자고 있었다.
최 씨는 피해자의 눈을 수건으로 가리고 "가만히 있어라. 옆에 자고 있는 아이가 깰 수 있으니 소리 지르지 마"라고 윽박질렀다. 아이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공포는 피해자의 몸을 얼어붙게 했다.
A씨는 "임신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했지만, 상황은 멈추지 않았다.
범인은 현장을 빠져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편 B씨가 귀가했다. 범행 직후, 채 몇 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집 안에서 울고 있는 아내를 본 B씨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태어날 둘째를 생각하며 주말도 없이 일해온 가장이었다. 형편이 어려워 결혼식조차 올리지 못했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소박한 일상을 지켜가고 있었다.
사건 발생 나흘 뒤인 2012년 8월 16일 B씨는 인터넷에 심경을 담은 글을 올렸다. 그는 "아내는 옆에서 자는 아들 때문에 소리 한번 못 지르고 당했다. 순간순간이 얼마나 무섭고 힘들었을까 상상이 안 된다"라고 적었다.
이어 "지켜주지 못한 제가 큰 죄인이다. 제 아내는 자신의 희생으로 배 속의 아이와 큰아이의 생명을 살렸다. 끝까지 제 아내를 사랑할 것을 맹세한다"라고 밝혔다. 아내를 지키지 모산 죄책감에 B씨마저 사건 이후 공황장애와 우울증에 시달렸다.
B씨는 경찰의 초동 대응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경찰은 외상 흔적이 없다고 판단해 119구급차를 돌려보냈다. 또 집 앞에 주차된 경찰차 안에서 아내에게 1시간 정도 진술하게 했다"라며 "왜 외상이 없다고 판단해 큰 충격을 받은 아내에게 진술을 요구한 건지 모르겠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경찰은 "외견상 상처가 없었고 응급을 필요로 할 상태가 아니었다. 순찰차를 이용해 병원으로 이송할 생각으로 구급차를 돌려보냈다"라며 "우선 A씨를 순찰차에서 안정을 취하게 한 뒤 대화를 나눈 것"이라고 해명했다.
◇"인간이길 포기한 행위"…징역 18년 중형
최 씨에게는 이미 전력이 있었다. 2005년 타인의 주거에 침입해 강간을 시도한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럼에도 또다시 주거를 노린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2012년 범행 당시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2008년 9월부터 시행된 '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적용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10년간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어린 아들과 뱃속의 태아에 대한 피고인의 위해 우려 때문에 소리조차 내지 못하도록 한 후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다"며 "이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양식마저 스스로 포기한 행위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인격 살인행위에 다름 아니고, 피해자 및 그 가족들에게 평생 회복 불가능한 고통과 충격을 줬다"고 했다.
항소심 판단은 더 엄중했다. 원심 판결 중 피고사건 부분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피해자는 당시 임신 8개월의 임산부이었을 뿐만 아니라 범행 당시 옆에 잠들어 있던 어린아이가 있었음에도 피고인은 오히려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위 피해자를 위협하며 강간했으며, 이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양식마저 포기한 행위로서 그 비난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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